모던발레와 만난 '카르멘'…"본능에 무너지는 돈 호세 강조"

입력 2017-11-08 18:09   수정 2017-11-08 18:55

모던발레와 만난 '카르멘'…"본능에 무너지는 돈 호세 강조"

스페인국립무용단, '카르멘'으로 10년 만에 내한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대개 '카르멘'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과 달리 남자 주인공인 돈 호세의 심리를 강조한 작품입니다. 평범하고 친절했던 그가 카르멘을 미친 듯이 사랑하게 되면서 본능인 격정과 질투로 파멸하는 과정이 잘 드러납니다."

욕망과 사랑, 관능을 대표하는 집시 여인 '카르멘'이 한 편의 세련된 모던발레로 재탄생했다.

오는 9~12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스페인국립무용단 '카르멘'은 집시 여인 카르멘에게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새 옷을 입힌 작품이다. 스페인국립무용단의 내한은 2007년 '날개' 이후 10년 만이다.

8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돈 호세 역을 맡은 무용수 단 베르보르트는 "오페라 '카르멘'보다 돈 호세의 내면을 더 파고든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도발적이고 매혹적인 여주인공, 파멸로 끝나는 비극적인 스토리, 투우사의 펄럭이는 붉은 천과 집시들의 관능적인 플라멩코 춤 등으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중 하나다.

경쾌한 전주곡부터 카르멘이 돈 호세를 유혹하며 부르는 '하바네라', '집시의 노래', '투우사의 노래' 등까지 선물처럼 쏟아지는 유명 곡들도 이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스페인국립무용단의 '카르멘'은 이러한 관능의 에너지는 그대로 가져오되 독창적 안무와 현대적인 의상, 비제의 원곡을 편곡한 음악 등을 추가했다.

이 작품을 안무한 스웨덴 출신 안무가 요한 잉거는 이 작품으로 작년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우수 안무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피노 알로사 스페인국립무용단 공동 예술감독은 "현대적 의상과 음악 등을 추가함으로써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며 "특히 2막에서 돈 호세가 느끼는 내면의 공포와 격정 등이 효과적으로 잘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1막 일부 장면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변화무쌍하게 회전하고 이동하는 9개의 삼각 프리즘의 쓰임이었다. 삼각 프리즘은 무용수들의 모습을 여러 각도로 비춰내며 인물들의 다층적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또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소년' 캐릭터도 눈에 띈다.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폭력과 인간의 욕망을 더 생생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위한 장치다.

스페인국립무용단 솔리스트로 활약 중인 한국인 무용수 박예지가 이 비중 있는 조연을 연기한다. 4만~12만원. ☎02-2005-0114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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