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시칠리아 지방선거 후폭풍…렌치 전 총리 입지 '흔들'

입력 2017-11-08 21:21  

伊시칠리아 지방선거 후폭풍…렌치 전 총리 입지 '흔들'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 렌치와의 맞토론 철회…"렌치는 이제 적수 아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정치 전면에 화려하게 복귀한 계기가 된 지난 5일 시칠리아 지방선거의 후폭풍으로 이탈리아 정계가 동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완패를 당한 집권 민주당의 대표인 마테오 렌치(42) 전 총리의 입지 약화가 눈에 띈다.

렌치 전 총리는 7일 독립방송 '라 7'의 TV 프로그램에 당초 토론 상대로 예정된 루이지 디 마이오(31) 오성운동 대표 없이 홀로 출연했다.


디 마이오 대표가 시칠리아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민주당은 정치적으로 사망했다. 우리의 경쟁자는 이제 민주당이나 렌치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먼저 제안했던 렌치 전 총리와의 TV 맞토론을 일방적으로 취소했기 때문이다.

디 마이오 대표는 당초 시칠리아 선거를 실시하기 전에 렌치 전 총리에게 이번 선거 결과와 이탈리아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하자고 제안했고, 렌치 전 총리가 이를 수용하며 두 사람은 이날 TV 토론에서 얼굴을 맞댈 예정이었다.

디 마이오 대표는 "렌치가 (차기 총선을 위한)민주당의 총리 후보라는 전제 하에 토론을 제의했으나 '시칠리아발 지진'으로 이런 전망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민주당 내에서 곧 렌치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며 토론 철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렌치 전 총리는 이에 발끈했다.

그는 "디 마이오는 토론에 겁을 먹고 도망가기로 한 것"이라며 "정부를 이끌고자하는 사람이 TV토론을 두려워하면서, 우스꽝스러운 변명을 늘어놓는다면 그 사람은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시칠리아 주지사 선거에서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전폭적으로 지원한 우파 연합의 넬로 무수메치(62) 전 노동부 차관이 39.9%를 득표, 34.6%의 표를 얻은 오성운동 소속의 잔카를로 칸첼레리(42) 후보를 간발의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집권 민주당 진영의 파브리치오 미카리(54) 후보는 좌파 진영의 분열 속에 18.6%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번 선거의 완패로 민주당에는 당 대표인 렌치 전 총리를 전면에 내세우고서는 이르면 내년 3월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총선에서 필패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렌치 전 총리는 이날 불발된 TV토론에 나홀로 출연해 "수 개월 동안 나를 제거하기 위한 많은 시도들이 있었으나,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우리가 내분을 멈춘다면 내가 이끈 지난 두 번의 선거(2014년 유럽의회 선거, 2016년 헌법개정 국민투표)에서와 마찬가지로 40%가 넘는 득표를 해 재집권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12월 상원 전면 축소를 골자로 한 헌법 개혁 국민투표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사퇴한 렌치 전 총리는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총리직에 복귀한다는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렌치 총리에 반기를 들며 올 초 민주당을 박차고 나간 인사들이 창당한 좌파 정당 민주혁신당(MDP)은 최근 민주당에서 탈당한 반(反) 마피아 검사 출신의 피에트로 그라소 상원의장을 범 좌파 진영의 총리 후보로 내세워 렌치 총리의 대항마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진진이탈리아(FI),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당(FDI)과 손을 잡고 시칠리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마테오 살비니 북부동맹(LN) 대표는 즉각적인 총선이 열릴 수 있도록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즉시 의회를 해산할 것을 촉구했다.


기성 정치인들을 부패 세력으로 싸잡아 비난하며 2009년 정직과 투명을 기치로 오성운동을 창당한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는 이번 선거에서 오성운동 소속의 주지사 후보가 접전 끝에 패한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오성운동이 단일 정당으로는 가장 많은 득표를 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내년 봄 총선에서의 승리 가능성이 살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총선은 이르면 내년 3월, 늦으면 내년 5월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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