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시민 자격으로 일리노이 주 쿡 카운티 법원의 배심원 소집 통보에 응했으나 실제 재판 참여는 성사되지 않았다.
8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시카고 도심 리처드 데일리 센터(시청사)에 소재한 쿡 카운티 순회법원에 출석했지만, 최종 배심원단 구성에서는 빠졌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오바마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도시 남부 켄우드지구의 시카고 자택을 나서 오전 10시께 데일리 센터에 도착했으며, 티머시 에번스 쿡 카운티 법원장과 함께 판사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7층 배심원 대기실에 들어섰다고 전했다.
전 대통령 자격으로 연방 비밀경호국의 경호를 받는 오바마는 대기실의 시민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한 후 출석부에 서명하고, 배심원단 의무를 설명하는 약 20분 분량의 교육용 비디오를 시청했다.
이날 소집된 다른 배심원 후보들도 같은 시간 같은 교육을 받았으나, 오바마는 배심원 대기실이 아닌 판사 집무실에 따로 머물렀다.
하지만 오바마는 최종 배심원에 채택되지 않아 재판 참여 없이 소집 해제됐다.
미국은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피의자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유·무죄를 판단하는 사법제도를 갖고 있으며, 배심원 출석 명령에 응하는 것은 미국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그러나 담당 판사는 선거인 명부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 후보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일부를 가려 실제 재판에 참여할 배심원단을 구성한다. 해당 재판의 검사와 변호사도 배심원 일부를 거부할 수 있다.
시카고 트리뷴은 오바마가 정오 무렵 데일리 센터를 떠났다고 전했다. 법원 출석만으로 임무를 완료한 셈이다.
시카고 NBC방송은 이날 데일리 센터 보안이 강화되고 취재진이 몰리면서 건물 출입구의 보안 검색대가 큰 혼잡을 이뤘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녹화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지난달 쿡 카운티 법원으로부터 배심원 소집 통보를 받고 미국 시민, 일리노이 주민으로서 부여받은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는 퇴임 후 워싱턴DC 근교에 새 주택을 마련했으나, 2005년 일리노이 연방상원의원이던 당시 매입한 시카고 자택도 계속 보유하고 있다.
오바마는 앞서 대통령 취임 다음 해인 2010년 1월 쿡 카운티 법원으로부터 배심원 출석 명령을 받았으나 첫 국정연설을 앞둔 시점이어서 법원 승인을 거쳐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조지 W.부시 전 대통령도 2003년과 2015년 각각 텍사스 주 법원과 뉴욕 주 법원의 배심원에 선정돼 소집 교육을 받았으나 실제 재판 참여는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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