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정화 사례 0건…'실질적 위험' 여부 판단해야
"SOFA 환경 조항은 불평등"…시민단체 개정 목소리↑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최근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확인된 인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를 누가 어떻게 정화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오염된 부지를 정화하는 데에만 수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해 정화 주체를 결정하는 문제를 놓고 한미 양국의 치열한 협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일 환경부와 인천시에 따르면 2015∼2016년 2차례에 걸친 현장조사 결과, 캠프마켓 내부 토양과 지하수에서 다이옥신류, 유류, 중금속 등이 검출됐다.
국방·군사시설 용지는 토양오염 국내법에 따라 유류나 중금속의 기준치가 정해져 있는데 캠프마켓에서는 기준치를 훌쩍 뛰어넘는 오염이 발견됐다.
군수품재활용센터(DRMO)로 사용되던 토양에서는 선진국 기준의 10배를 넘는 다이옥신류가 검출됐다. 기준치의 70배가 넘는 납이나 10배 이상의 석유계총탄화수소(TPH)도 나왔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는 우선 반환구역인 22만8천793㎡에 대한 반환 절차의 하나로 오염 정화 범위와 주체를 협의하고 있다.
합의가 이뤄지면 그에 따른 오염 치유를 하게 되지만, 합의되지 않을 경우 양국이 개별 보고서를 작성해 특별합동위원회에 보고하고 특별합동위가 다시 환경분과위에 조치 사항을 지시한다.
이후 SOFA 시설구역분과위원회의 반환 건의를 거쳐 합동위원회가 최종 반환을 승인하면 미군기지 반환 절차가 모두 끝난다.
문제는 오염 정화 주체, 범위, 비용에 대한 협의다.
SOFA의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는 미군의 정화 기준을 "인간 건강에 대한 널리 알려진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미군기지가 오염됐더라도 미군 측이 '널리 알려진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된다.
SOFA 4조 1항에는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에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 이들 시설이 미군에 제공됐던 당시의 상태로 원상회복해야 할 의무가 없고 우리 정부에 보상할 의무도 지지 않는다'고도 명시돼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반환된 미군기지 가운데 주한미군이 오염을 정화했던 사례는 한 번도 없다.
녹색연합이 정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2015년 전국의 반환미군기지 24개를 정화하는 데 총 2천99억여원이 든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최근인 2015년 반환된 동두천 캠프 캐슬(20만6천979㎡)과 부산 미군폐품처리장 기지(3만4천925㎡)도 우리 정부가 오염 정화 비용을 전부 부담했다. 두 기지 모두 토양의 유류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마켓 오염 정도가 'KISE'에 해당하는지가 오염 정화 협상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환경부 측은 예측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반환 협상을 진행하면서 캠프마켓이 KISE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주한미군이 정화하게 돼 있다"면서도 "아직 주한미군이 반환 미군기지를 정화한 사례는 없으며 한미 간 합의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6일에는 경기도 평택시가 주한미군기지 주변 지역의 오염을 정화하는 데 쓴 비용 10억여원은 국가가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시도 용산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휘발유와 등유를 정화하는 데 쓴 비용을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11차례 소송을 내 모두 승소했다.
현행 SOFA 시행에 관한 민사특별법에 따라 주한미군 구성원이나 고용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우리 정부 외의 제삼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가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합리한 SOFA 환경 조항을 바꿔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인천 지역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의 캠프마켓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불평등한 SOFA 환경 조항 변경과 미군 측의 환경 정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국장은 "불평등한 규정 때문에 우리 정부가 모든 미군기지의 오염 정화를 도맡고 있다"며 "오염 원인자인 미군이 오염 정화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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