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다스티리아 의원, 바에서 봉변…"다른 사람들 걱정된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우파단체 회원들이 주요 야당의 이란계 연방 상원의원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이들의 날로 대담해지는 행태가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은 조금도 거리낌 없이 "테러범"이라거나 "작은 원숭이"라는 등의 막말을 퍼붓는 모습을 촬영,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올려 호주 사회를 놀라게 했다.
노동당의 젊은 정치인인 샘 다스티아리(34) 의원은 8일 밤 동료 의원 등과 함께 찾은 멜버른의 한 바에서 우파단체 회원 일행에게 봉변을 당했다고 호주 언론이 9일 보도했다.
4살 때 이란에서 온 다스티아리 의원은 2013년 연방 상원의원이 되면서 이란계로는 처음으로 연방 의회에 진출했다. 이른 당 활동으로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 기반이 탄탄하며, 지난해에는 중국계 인사나 단체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고 중국의 정치적 입장을 지지했다는 의혹을 받아 당직을 내놓기도 했다.
우파단체 '패트리엇 블루'(Patriot Blue)의 촬영 영상에 따르면 이 단체 회원들은 마실 것을 주문하려는 다스티아리 의원에게 다가가 거친 말을 하며 시비를 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대고는 "한 잔 더 하시려고, 그것은 할랄(halal) 인증은 됐나?"라고 물었고, 다스티아리 의원은 "인종차별을 하는 촌뜨기들(rednecks), 당신들은 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군"이라고 맞받았다.
이들은 자신들이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호주의 노동자들이라며 "우리는 진정한 호주인들"이라는 말을 늘어놓았다.
또 "이 테러범 좀 보시게. 왜 이란으로 돌아가질 않나"라고 말하는 등 계속 야유를 해댔다.
다스티아리 의원은 유머를 섞어 대응하면서 자기 일행 쪽으로 자리를 피했지만, 이 단체 회원들은 쫓아가며 시비를 걸었다.
이처럼 적나라한 내용의 동영상이 공개되자 호주 정치권은 일제히 규탄하고 나섰다.
맬컴 턴불 총리는 언론에 "호주에 인종에 따른 비방은 용납되지 않는다"며 이런 행위에는 "무관용"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도 가해자들을 향해 "인종차별을 하는 바보들"이라며 다스티아리 의원이 잘 참아냈다고 위로했다.
봉변을 치른 다스티아리 의원은 9일 방송에 출연,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백인 국수주의자들의 행동에 익숙해지고 있다며 "이런 종류의 모욕을 견뎌야 하는, 나와는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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