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배우 신하균(43)은 영화에서 늘 고군분투한다. 외계인이라고 믿는 인물에 맞서 지구를 지키려고 했던 '지구를 지켜라'(2003), 누나의 수술비 마련에서 시작된 일이 복수극으로 치달은 '복수는 나의 것'(2002), 자신이 만든 살인 병기와 처절한 싸움을 하는 '악녀'(2017) 등.
오는 15일 개봉하는 블랙코미디 영화 '7호실'에서도 그는 바쁘다.
망해가는 DVD방 사장 두식역을 맡아 DVD방을 처분하려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그 와중에 예기치 못한 사고에 휘말리면서 그 사고를 감추려 동분서주한다.
9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하균은 "전형적이지 않은 이야기, 이 시대의 많은 분이 공감할 만한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영화에 끌린다"고 말했다. '7호실'은 폐업조차 쉽게 하지 못하는 자영업자와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대학생을 통해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춘다.
신하균은 영화 중반부까지 원맨쇼 연기를 보여준다. DVD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은 마치 그를 위한 연극 무대 같다. 그는 마음껏 연기 재량을 펼치며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제가 평소에는 애드리브를 잘 하지 않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싸움 장면이나 대사 등에서 애드리브를 많이 했습니다. 이용승 감독님이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많은 부분을 열어놨고, 중심을 잡아줘서 가능했죠. 그 덕에 시나리오보다 더 풍성한 결과물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1998년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한 신하균은 데뷔 20년 차 배우다. 그동안 '공동경비구역 JSA'(2000), '킬러들의 수다'(2001), ' '웰컴 투 동막골'(2005), '고지전'(2011), '빅매치'(2014), '올레'(2016), '순수의 시대'(2015)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팬들 사이에서는 '하균 신(神)'이라고 불릴 정도다. 그에게 별칭 이야기를 꺼내자 "어휴,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오랜 연기생활로 산전수전을 겪은 만큼 넉살도 늘어났을 법한데, 신하균은 달랐다. 말수는 적었고, 얼굴에 주름이 한가득 잡힐 정도로 큰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저는 속으로 긴장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첫 촬영 때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긴장하죠. 다만, 지금은 긴장을 안 한 척할 수 있다는 점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그런 그가 자신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세대는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입학해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큰 성공으로 생각했잖아요. 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목적 없이 공부하다 보니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었어요. 그러다 진로를 선택할 때 불현듯 '왜 이렇게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다가 영화를 떠올렸고, 연기에 발을 들여놓게 됐습니다."
신하균은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잘 표현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사람이 가장 부러웠다"면서 "저는 그런 성격이 아니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연기를 통해 제가 관심 있어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공감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이들도 "저처럼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하균은 아이돌그룹 엑소의 멤버 도경수와 호흡을 맞췄다. 도경수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휴학을 하고 DVD방에서 일하는 알바생 태정으로 출연했다.
"도경수 씨를 처음 봤을 때 눈이 너무 좋았습니다. 맑으면서도 그늘도 있는 눈이 태정 캐릭터와 너무 잘 맞는다고 생각했죠. 경수 씨는 실제로 말이 없고, 진중하고, 성실한 친구입니다. 함께 술을 마셔도 말이 없고 달라지지 않죠. 정말 요즘 젊은 친구들 같지 않더라고요."
지난 여름 차기작 '바람 바람 바람' 촬영을 마친 신하균은 현재 다음 작품을 물색 중이다.
"연기라는 것은 정답도 없고 항상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일입니다. 매 작품 조금이라도 달라지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은 배우들의 책무이죠. 그래서 항상 불안하고, 예민해지기도 합니다. 저는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앞으로 전형적이지 않은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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