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 "여론 수렴 문제 있다"…파견교장 "절차 지켰다"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광주의 한 고등학교 혁신학교 지정문제를 놓고 광주시의회의 광주시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시의원들은 대광여고 혁신학교 지정 신청·철회 과정에 발생한 문제점 노출이 학교와 시교육청의 독단적 의사 결정 때문이다며 질타했다.
혁신학교 지정을 주도했던 이 학교 교장은 "절차와 규정을 어긴 것은 없다"며 시의원과 맞섰다.
광주시의회는 9일 대광여고가 혁신학교 지정을 신청했다가 철회하면서 지역교육계에 큰 파문을 일으킨 데 대해 이 학교 유양식 교장을 감사장에 출석시켜 해당 과정을 따져 물었다.
시교육청은 학교법인 이사장의 비리 혐의로 대광여고 운영이 파행을 빚자 교육청 산하 교육정책연구소 유양식 소장을 올해 3월 대광여고 교장으로 파견했다.
시의원들은 유 교장이 장휘국 교육감의 핵심 사업인 혁신학교 확산에만 무리하게 집중하면서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했다고 질타했다.
심철의(서구1) 의원은 "교장이 혁신학교 지정 절차에 대한 규정을 본인에게 유리하게만 해석해서 반대 의견을 무시했다"며 "혁신학교 지정에 운영위 정식 회의를 배제하고 간담회 등 편법으로 대신했다"고 지적했다.
문상필(북구3) 의원은 "그렇게 좋은 혁신학교라면 왜 반대 의견이 그렇게 많이 나오겠느냐"며 "반대 의견에 대한 충분한 설득 없이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하는 바람에 이 난리가 났고 결국 신청을 철회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혁신학교 성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상필 의원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혁신학교의 기초학력 평가결과가 매우 낮게 나오는데 이는 혁신학교의 성적저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교육청은 아니라고 하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면 고교 배정시 혁신학교를 원하지 않는 학생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고등학교만큼은 혁신학교 선호학생들을 따로 선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혁신학교 지정'은 파견 공무원인 유 교장의 신분과 임무를 넘어선 월권행위라는 지적도 나왔다.
문태환(광산2) 의원은 "대광여고 학교운영을 정상화하라고 유 교장을 보냈지 혁신학교 하라고 파견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오히려 학교에 분란만 일으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답변에 나선 유 교장은 시의원들의 지적을 수용하는 자세보다는 "지정 신청 절차에 규정상 하자가 없다"는 자세로 일관했다.
유 교장은 "규정에서 요구하는 절차에 따라 신청했으며 조금도 이를 어기지 않았다"며 "교사, 학부모 의견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성적 우려에 대해서는 "성취도 평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실시한 일제고사식 평가로 교육을 황폐화한 정책인데 이를 가지고 혁신학교 성적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유 교장의 답변으로 시교육청 행정사무감사장이 오전 내내 혁신학교에만 집중되자 시교육청 박재성 교육국장의 메모가 유 교장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결국 유 교장이 "차후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다시 하면 의견 수렴에 좀 더 신경쓰겠다"고 답변하고 오전 질의가 마무리됐다.
고교 혁신학교 지정은 초등학교나 중학교와는 여건과 상황이 다른 만큼 별도의 광범위한 여론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행정사무감사를 지켜본 한 시의원은 "절차대로 했으니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식의 태도가 과연 얼마나 교육적인지 의문이다"며 "찬반 견해차가 큰 만큼 고교 혁신학교 정책에 대한 공청회나 설명회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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