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투기로 적발…소유주가 억대 처리비용·벌금 물어 '덤터기'
(전국종합=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최근 빈 땅이나 공장을 빌려 사업장폐기물을 버리고 잠적하는 사건이 전국적으로 잇따라 발생하고있다.
토지주나 건물주는 임대인이 잠적하면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을 들여 불법 투기한 폐기물을 대신 치워야 하고 이행하지 못하면 형사고발까지 당해 수백만원의 벌금을 내는 등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9일 경기 연천군, 양주시, 포천시 등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빌린 토지나 건물에 합성수지나 폐섬유 등 사업장폐기물을 무단으로 투기해 형사고발 등 행정처분을 했거나 처분 중인 사건만 모두 12건에 달한다.
연천에서는 지난 2015년 10월∼지난해 10월 전곡읍 간파리, 청산면 대전리와 백의리 등 3곳에 각각 1천310t, 623t, 80t 합성수지 폐기물이 무단 폐기돼 신고됐다.
간파리 토지주는 계약금 2천만원에 월 300만원의 임대료를 받기로 하고 땅을 빌려줬는데, 결국 3억원을 들여 처리비용을 물어야 했다.
연천군 관계자는 "행위자에게 1차 이행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사업장폐기물을 버리고 잠적한 뒤 연락을 끊기 때문에 결국 소유주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설명했다.
양주시와 포천시도 유사한 사건이 잇따랐다.
양주에서는 남면 매곡리 등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5건의 유사 사건이 발생했다.
남면 매곡리에서는 지난 3월 가동이 중단된 건물을 빌려줬는데, 임대인은 사라지고 1천㎡의 건물 안에 1천600여t의 사업장폐기물만 잔뜩 쌓인 채 발견됐다.
고발을 당할 위기에 처한 건물주는 울며 겨자 먹기로 수억원을 들여 폐기물을 치웠다.
포천에서는 신북면과 일동 등에서 4건의 사업장폐기물 불법 투기 신고가 접수돼 시가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 중이다.
평택시 등 경기 남부지역에도 유사한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북 등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북 상주경찰서는 지난 6일 사업장폐기물을 불법으로 처리한 일당 38명이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적발돼 3명이 구속되고 35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토지 소유주에게 매달 100만원씩 주겠다고 하고 한달치만 지불한 뒤 건설현장이나 의류공장 등에서 나온 사업장폐기물 6천500t을 불법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 포항에서도 지난해 8월 월 1천만원에 빈 공장을 임대해 1만5천t의 사업장폐기물을 버린 폐기물 처리업자가 잠적해 공장 주인이 30억원의 처리비용을 떠안았다.
이 공장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 가동하지 않는 공장을 빌려줬는데, 돌아온 건 쓰레기 더미였다"며 "공장을 팔아도 처리비용이 턱없이 모자란다"고 하소연했다.
한동안 중국과 관계 악화로 폐기물 재활용이 어려워져 처리비용이 두 배 가까이 오르며 조직적인 불법 폐기물 투기 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지자체들은 보고 있다.
양주시 관계자는 "중국과 관계 악화로 폐기물 재활용이 줄어 소각할 때 처리비용이 t당 10만원 대에서 20만원 대로, 파쇄 때는 수 만원에서 10만원 대로 각각 올랐다"며 "빈 토지나 공장에 임대료를 주겠다고 접근한 뒤 폐기물만 버리고 달아나 엉뚱하게 소유주만 피해를 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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