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원인을 '한눈에'…국과수, 다중 충돌실험 실시

입력 2017-11-09 16:52  

교통사고 원인을 '한눈에'…국과수, 다중 충돌실험 실시

사고기록장치 속 정보 통해 속도부터 핸들 방향까지 분석

(원주=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도로에서 3중 추돌사고가 났을 때 가운데 차량 운전자가 "나는 정지한 상태였다"고 우기면 뒤차 운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차에 사고기록장치(EDR)가 있다면 서로 소리를 지르며 얼굴 붉힐 필요가 없다.

EDR 속에 사고 당시 모든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원은 9일 강원 원주시 문막읍 연구동에서 위와 같은 상황을 가정한 3중 추돌실험을 진행했다.

맨 앞차가 멈춰있는 상황에서 뒤따르던 2대의 차량이 차례대로 앞차를 들이받는 상황이다.

차 안에는 EDR이 설치돼 있다.

EDR은 차량 운행정보를 기록하는 기기로, 차량 속도와 분당 회전수(RPM), 브레이크 사용기록,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 데이터를 5초 동안 0.5초 단위로 기록하는 장치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알루미늄에 싸여있으며, 보통 차량 변속기 아래 위치한다.

실험이 시작되자 멈춰있는 승용차를 향해 두번째 차가 빠른 속도로 전진해 충돌했다.

뒤따르던 차량도 속도를 높여 두번째 차량을 들이받으며 실험이 끝났다.

계획보다 빠른 속도에 큰 충돌음이 연이어 나자 실험을 지켜보던 이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

차량 앞뒤가 심하게 망가져 바닥에 부동액이 흐르고 파편이 여기저기 흩어질 정도였다.

이어 국과수 관계자들이 노트북과 장비를 가지고 EDR 속 사고 정보를 수집, 분석했다.




수집한 정보 속에는 사고 당시 기록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고 당시 두번째 차량은 시속 31㎞, 세번째 차량은 42㎞였다.

가속도 누적 그래프를 통해 두번째 차량이 먼저 앞차를 들이받고, 이어 세번째 차량이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두번째 차량 운전자가 멈춰있었다고 우길 수 없는 증거다.

EDR 속에는 사고 전후 5초 동안의 기록이 A4용지 100여쪽 분량으로 담겨 있었다.

국과수는 정밀하고 수치화된 데이터를 근거로 사고를 재현해 교통사고 감정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향상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박종진 국과수 교통사고분석실장은 "앞으로 EDR 기록정보를 통해 보험범죄, 진로변경 여부, 중앙선 침범 여부, 급발진 등 많은 사건·사고들을 객관적 정보를 통해 명확히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실험장에는 전국 경찰청 사고조사관 20여명이 참석해 사고기록정보 저장과 분석 방법을 배웠다.

최종배 대구지방경찰청 교통조사관은 "'과연 EDR이 정확한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왔는데 신뢰가 생긴다"며 "앞으로 사고 조사에서 폭넓게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과수는 이 장치를 통해 봉평터널 시외버스 5중 충돌사고와 경부고속도로 광역버스 6중 추돌사고 원인, 살인용의자 차량 위치 추적 등을 확인한 바 있다.

yang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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