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은 9일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회동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비롯한 한반도의 비핵화와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지켜나가기로 하고, 이를 위한 대북제재와 압박 과정에서 긴밀한 공조를 다짐했다. 특히 시 주석은 회담 직후 한 공동회견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들을 "엄격하고도 전면적으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있을 때마다 안보리는 제재 결의를 채택됐지만, 중국 정부의 제재 집행 의지가 부족해 북한이 빠져나갈 '빈틈'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 주석의 이날 발언엔 더욱 강력한 집행 의지가 묻어난다. 일례로 북·중 국경지대 불법 교역 등에 대한 중국 당국의 단속 강화가 가능하다. 이것만으로도 북한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북한의 대외 교역 중 90%를 점하는 중국이 어떤 행보를 취하느냐에 대북 압박 전략의 성패가 달려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중국은 그 이상은 더 나아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긴박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숨통을 옥죄고자 안보리 제재 결의의 철저한 이행 이외에 중국의 독자제재 착수를 강하게 촉구했으나 긍정적 답을 얻지는 못했다. 우리 국회 연설을 통해 "미국을 시험하지 말라"고 북한에 경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책임 있는 모든 국가는 살인적인 북한 정권과 무기거래와 금융거래는 물론 무역마저도 중단하는데 동참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시 주석이 마음만 먹으면 "쉽고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의 뉴욕타임스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일시적이라도 북한에 원유공급을 끊고 중국 금융기관 내 북한 계좌를 폐쇄하며, 북한 노동자를 모두 추방할 것을 요청했을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중국의 동의는 얻지 못한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없었지만, 시 주석은 미·중 정상이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원칙)을 견지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소통과 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을 겨냥해 '최대의 제재와 압박'에 올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온도 차가 많이 느껴진다. 중국 측은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고,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등에 기초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을 것이다. 공동회견을 통해 공개된 것은 이날 회담의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두 정상이 북핵과 한반도 문제를 놓고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드러날 것이다.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두 나라이지만, 한반도 운명과 관련한 협의는 사후에라도 우리에게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짐처럼 '코리아 패싱'은 없어야 한다.
북핵 '슈퍼 위크'도 거의 마무리 됐다. 지난 6일 미·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7일 한미 정상회담, 9일 미·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10∼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북핵 6자회담 참가국 중 북한을 뺀 5개국과 각각 정상회담을 하고 진두에서 대북 압박을 독려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아시아 순방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들을 만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을 거론함으로써 한반도 정세가 더 악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기우에 그쳤다. 일련의 정상회담이 모두 끝나면, 대북 정책에 대한 6자 회담 참가국들의 공통분모가 드러날 것이다. 관건은 향후 북한의 대응이다.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섬으로써 또다시 국제사회의 단합된 의지를 시험하려 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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