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10일 회동, 시간 조율 중" vs 美 국무 "합의 없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이번 주 베트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별도의 양자회담을 할지를 두고 미-러 양국이 서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9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APEC이 열리는 베트남 다낭에서 별도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날짜는 정해졌으며 현재 시간을 조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샤코프는 앞서 미-러 정상이 베트남 APEC에서 회동하면 위기 상태에 있는 양자 관계와 시리아 정세,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해 중국을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러 정상회동에 대해 아직 아무런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우샤코프 보좌관의 발언을 반박했다.
틸러슨 장관은 "공식 양자회담에 대해 어떤 합의도 없었다"면서 "문제는 우리가 대화를 할 만한 충분한 거리가 있느냐"라고 정상회동의 의미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했다.
양자 관계뿐 아니라 시리아·우크라이나·북한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의 이견이 심각한 상황에서 두 정상이 회동하더라도 별다른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굳이 회담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 같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또다시 논평을 내놓았다.
페스코프는 "현재 해당 부서들이 정확한 회담 시간과 장소, 형식 등을 계속 조율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조율이 끝나 이를 공개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 정상 회동 시간을 10일로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모든 세부사항을 완전히 조율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푸틴과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APEC 기간에 어떤 식으로든 조우하게 될 것"이라면서 "필요하면 두 정상이 여러 차례 대화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일 자국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PEC 회의에서) 푸틴과의 회동이 있을 수 있다"면서 "러시아가 북한 문제에서 우리를 도울 수 있기 때문에 푸틴은 아주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러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먼저 밝힌 것이다.
이후 페스코프 대변인도 지난 4일 푸틴 대통령이 베트남 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면서 실제 회동이 이루어지면 두 정상이 북한 정세를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미국은 지난해 미 대선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의 선거 개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미국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러시아 혐오증을 국내 정치 문제에 이용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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