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병합으로 국제법 어긴 러시아에 책임"…크렘린에 대립각 세워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러시아 유명 여성 방송인 크세니야 소브착(35)이 서방의 대러 제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소브착은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러시아와 서방 간의) 최악 국제관계에 대한 책임은 국제법을 어긴 러시아에 있다"면서 자신은 미국의 대러 제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제재가 러시아 국민 다수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소브착은 이어 "국제법에 따르면 크림은 우크라이나에 속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을 결정한 지난 2014년의 크림 주민투표는 반도 병합을 합법화하기 위해 러시아가 주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브착은 또 이날 자신의 출마가 크렘린과의 조율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과 관련해 "나는 입후보를 위해 누구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출마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 푸틴에 대항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상원의원 알렉세이 푸슈코프는 서방 제재와 관련한 소브착의 발언에 대해 "가짜 대선 후보의 발언 의미는 러시아 유권자의 표를 얻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방의 지원을 받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자유분방한 여성 방송인이자 배우, 사교계 명사인 소브착은 지난달 말 대선 출마를 전격 선언했으며 이에 비판론자들은 그녀의 출마가 야권 분열을 노리는 크렘린과의 밀약에 따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소브착은 그러나 대선 출마 선언 직후인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국제법적으로 볼 때 크림은 우크라이나 영토이며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크림 병합은 지난 1994년 체결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위반"이라고 지적하는 등 크렘린에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다페스트 각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 영국 간에 체결된 것으로 우크라이나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옛 소련에서 물려받은 보유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대가로 각 서명국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 영토적 통일성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한 문서다. 실제로 이 각서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보유 핵무기를 모두 폐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친서방 정권 교체 혁명이 진행되던 지난 2014년 3월 당시까지 우크라이나 내 자치공화국으로 남아있던 크림반도를 현지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자국으로 병합했다. 투표 결과 96.8%가 반도의 러시아 귀속에 찬성했음을 병합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대러 제재를 가하고 있다.
크림이 우크라이나 영토이며 크림 병합에 대한 서방의 대러 제재는 정당하다는 소브착의 주장은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그녀가 크렘린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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