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사우디 억류설 속 정정불안 고조…마크롱 급히 사우디행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가 9일(현지시간) 자국민에게 레바논을 즉시 떠나라고 권고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 AFP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레바논은 지난 몇 년 사이 세력을 계속 확장하고 있는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근거지로, 중동의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 사이의 긴장이 최근 고조되면서 급속히 정정불안에 빠져들고 있다.
사우디 외교부 소식통은 이날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에게 가능한 한 빨리 레바논에서 나올 것을 종용했다고 관영 SPA 뉴스통신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또 레바논 여행을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쿠웨이트도 이날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에게 철수령을 내렸다.
쿠웨이트 정부는 레바논과 사우디 간 긴장이 고조함에 따라 레바논 체류 국민에게 즉시 현지를 떠나도록 명령했다고 말했다.
레바논을 둘러싼 긴장은 지난 4일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사우디 방문 도중 TV 연설을 통해 이란의 내정 간섭을 비판하고 자신이 암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토로하며 총리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하면서 급격히 고조됐다.
레바논에서는 상당수가 하리리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가 사우디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아직 레바논으로 돌아오지 않은 하리리 총리가 사우디 당국에 붙잡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레바논 고위 관리를 인용해 하리리 총리가 사우디에서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레바논이 하리리 총리가 이끄는 정당 '미래 운동'과 헤즈볼라로 갈라져 또 한 번 무력 충돌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우디의 동맹국인 바레인은 하리리 총리의 사임 발표 이튿날인 지난 5일 이미 자국민에게 레바논 입국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헤즈볼라는 미국과 사우디가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시아파 정파로, 이스라엘과 국경지대에서 무력 충돌을 빚거나 시리아 내전에도 깊숙이 개입해 왔다. 레바논 정계에도 영향력이 크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그동안 시리아 내전 개입을 통해 영향력을 키워 온 헤즈볼라와 이란에 적대적 입장을 취했다.
레바논은 이슬람 수니파, 시아파와 마론파 기독교계가 권력을 균점하는 나라이지만, 사우디와 이란의 충돌에 휩쓸려 정국이 수년째 불안한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사우디는 과거 자국이 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점점 더 이란과 헤즈볼라에 영향력을 빼앗기고 있는 레바논에서 강제로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사우디의 타메르 알사반 걸프담당장관은 지난 6일 아랍권 매체 인터뷰에서 "헤즈볼라의 적대행위 탓에 레바논 정부는 사우디에 선전포고를 한 국가로 취급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알사반 장관은 사우디의 레바논 철수령 직후 트위터에 "일이 정상화할 때까지 점점 더 공격적이 되는 긴장 고조 상황과 관련한 모든 조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섰다. 프랑스는 과거 레바논 식민통치 등으로 역사적으로 이 나라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사우디 방문을 결정하고 '실세 왕자'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제1왕위계승자(왕세자)를 만나기 위해 9일 수도 리야드에 도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레바논의 안정과 통합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은 레바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레바논은 이달 유로본드 발생을 검토했지만 정정불안으로 연기할 것 같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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