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부담 줘선 안 돼" vs "수사 결과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박경준 기자 = 청와대는 10일 기업에 협회 후원금 출연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전 보좌진 등 관련자 3명이 모두 구속되자 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현 정권을 겨냥한 첫 검찰 수사가 전 수석 관련자들의 구속으로까지 이어지자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전 수석은 지난 7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어떤 불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힌 이후 이번 수사와 관련한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정무수석실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전 수석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섣불리 거취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섞여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 수석이 자진해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현 단계에서 거취표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며 "각 주장을 하는 구성원들의 생각 차이가 크다"고 기류를 전했다.
전 수석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쪽은 현재까지 진행된 수사 내용만으로도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는 것을 내세워 출범한 정권에 부담이 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전 수석이 직접 불법행위를 저지른 정황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주변 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점만으로도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 역시 '결단론'의 근거 중 하나다.
이와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측은 전 수석의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거취를 결정하는 일 자체가 전 수석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구속된 사람들이야 혐의가 비교적 명백하겠지만 현재까지 전 수석이 관련됐다는 단서가 없는 데다 전 수석이 결코 관여한 바 없다고 한 만큼 그 의사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군다나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를 두고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시작된 가운데 현직 검사가 구속되고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가 투신하는 등의 상황에서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일각의 저항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실관계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리부터 내놓는다면 전 수석이 애꿎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거취표명 신중론'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삼간 채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태도에 변함이 없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청와대가 나설 일이 아니고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말을 아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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