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투톱 나서 이타적인 플레이로 공격 이끌어
'잊혀 가던 선수'에서 '대표팀 투혼 아이콘'으로 변신
(수원=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난 5월, 이근호(32·강원)의 이름이 포함된 축구대표팀 명단이 발표됐을 때 많은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근호는 2015년 아시안컵 이후 2년 4개월여 동안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면서 '잊혀 가는 선수'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정협(부산), 황의조(감바 오사카),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승승장구하던 젊은 공격수 사이에서 이근호는 제대로 된 기회조차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근호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대표팀 선수로 뛰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고 말했다.
이근호는 최악의 상황에 빠진 대표팀에서 궂은일을 도맡았다. 공격라인의 최고참이지만, 경기장에서 쉬지 않고 뛰며 팀을 이끌었다.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이런 이근호의 투혼은 빛을 발했다.
그는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과 투톱으로 선발 출전해 전반전 45분간 맹공을 펼쳤다.
그의 역할은 최전방 공격수였지만, 자신의 무대를 중앙으로 한정 짓지 않았다.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어 정확한 크로스로 동료들에게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여러 차례 제공했다.
전반 3분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오른쪽 측면을 치고 들어가 손흥민에게 크로스를 날렸고, 2분 뒤에도 오른쪽을 돌파해 크로스를 시도했다.
이근호가 측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펼치자 콜롬비아 수비라인은 조금씩 허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상대 팀 수비진은 이근호를 따라 측면으로 나오기 일쑤였고, 중앙에서 공간이 나왔다.
이근호의 움직임은 손흥민의 선취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전반 11분 권창훈의 패스를 받은 뒤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날렸고, 이 공은 손흥민에게 연결돼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근호의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직접 중앙으로 이동해 날카로운 슈팅을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전반 39분 김진수의 왼쪽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했는데, 공은 골대 오른쪽으로 살짝 빗나갔다.
전반 41분과 43분에도 연달아 슈팅을 날리며 상대 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안타깝게도 이근호는 전반 막판 돌파를 시도하다 상대 팀 다빈손 산체스(토트넘)에게 밟혀 왼쪽 발목을 다쳤다.
한동안 통증을 호소하다 그라운드에서 나온 이근호는 몇 차례 다리를 푼 뒤 다시 뛰어들어가 전반전 남은 시간을 책임졌다.
이근호는 전반전을 마친 뒤 이정협과 교체됐다.
이날 이근호는 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득점 이상의 활약과 투혼을 보여줬다.
cy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