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수장 "갈등 피하는 게 좋아"…위안부기록물 등재전망은

입력 2017-11-11 05:00  

유네스코 수장 "갈등 피하는 게 좋아"…위안부기록물 등재전망은

AFP통신 인터뷰서 미·이스라엘 탈퇴 관련, 회원국 간 '단합' 강조

위안부 기록물 둘러싼 한·일 갈등과도 관련…기록유산 등재 더 불투명해지나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오드레 아줄레(45)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사무총장 당선인이 회원국 간 분열과 반목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들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회원국들과 갈등 끝에 잇따라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한 것에 대한 발언이었지만 한·일이 심각하게 대립해온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 유산 등재 문제와도 관련이 커 유네스코의 향후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 당선인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공영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임기 내 회원국 간 긴장을 줄이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한 미국과 관련해 "유네스코는 문을 계속 열어놓아야 하며 미국의 시민사회와 계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고서는 "우리는 분열적인 이슈들은 초기에 잘라내야 하며 공통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줄레 당선인은 "유네스코가 해결할 수 없는 분쟁에 가끔 발목 잡히거나 기능이 마비되곤 한다"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피해 가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줄레 차기 사무총장은 임기 중 최우선 목표로 회원국 간 알력으로 분열된 유네스코를 다독이고 단결성을 증진하는 것을 내세웠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는 "단합을 다시 이루기 위해 우리는 유네스코와 회원국들의 자산과 노하우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줄레의 이런 발언은 지난달 12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유네스코의 전격 탈퇴를 선언한 것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두 나라는 여러 탈퇴 이유를 대긴 했지만, 유네스코가 역사 유산과 관련 문제에서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 쪽에 더욱 우호적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한 불만이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에도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과 유대교 공동성지 관리 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 7월 요르단 강 서안 헤브론 구시가지를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한 바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다른 중동국가들과의 갈등 말고도 아줄레 총장의 발언은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과도 관련이 크다.

국제 시민단체연대가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을 놓고 한국 정부는 등재를 위한 막후 지원에 나섰으나, 이를 저지하려는 일본의 외교력과 거액의 유네스코 분담금이라는 '돈줄'에 가로막히면서 등재가 보류됐다.

이미 유네스코 안팎에서는 세계기록유산 제도가 인류의 보편가치 증진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 등재 과정에서 당사국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측면이 더 크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를 심의하는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보류 결정을 내리면서 등재 신청자와 당사자들 간의 대화 절차를 개시할 것을 사무총장에게 권고했다.

그러나 사무총장의 중재로 대화의 장이 마련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일본 정부가 역사적 과오를 과감히 인정하고 위안부 기록물의 기록유산 등재에 찬성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따라서 아줄레 차기 총장의 '해결이 어렵고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를 피해 가는 것이 좋다'는 취지의 인터뷰 발언은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가능성을 더욱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해석할 만하다.

아줄레 당선인은 유네스코의 담당 분야 중 하나인 교육 문제에 더 힘을 쏟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유네스코가 세계유산 목록 관리나 하는 2류 유엔 산하기구'라는 인식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한국이나 일본,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가서 유네스코를 얘기하면 교육분야에 대해 주로 말할 것"이라며 유네스코의 기능 중 교육 증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교육은 근본적인 문제로, 유네스코가 학교를 지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국제기구보다 위상이 높지 않더라도 교육의 내용과 본질에서 세계의 참고기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네스코는 제39차 총회에서 아줄레 차기 사무총장 선출안을 최종 의결했다.

불가리아 외무장관 출신의 이리나 보코바 현 총장에 이어 오는 15일부터 유네스코를 이끄는 아줄레 차기 사무총장은 프랑스의 전 정부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때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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