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러시아와 필리핀이 미국 보란 듯이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11일 일간 마닐라불러틴 등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전날 오후 양자회담을 하고 양국 방위협력 확대에 의견을 모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의 무기 원조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미국산 중고 무기의 구매를 중단하고 러시아제 무기를 사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과거 미국제 중고 헬리콥터 3대 가운데 2대가 추락한 '매우 나쁜 경험'이 있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토로했다.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더는 나쁜 조건의 군사장비를 사지 않기로 했다"며 "필리핀은 매우 좋은 기계·장비를 제작하는 러시아로부터 군사무기를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10월 필리핀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토벌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군용 소총 5천 정과 탄약 100만 발, 군용트럭 20대를 기부했다. 이는 필리핀에 대한 러시아의 첫 군사원조다.
푸틴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테러는 공동의 문제로, 필리핀과 군사협력을 비롯해 관계를 증진할 준비가 돼 있다"며 헬리콥터와 고속정을 비롯한 러시아제 무기 구매를 제안했다.
또 필리핀군의 대테러 훈련을 지원하고 필리핀 근해를 통과하는 러시아 선박의 수리 시설을 필리핀에 설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6월 말 취임 이후 친미 일변도의 기존 필리핀 외교노선을 버리고 중국, 러시아와의 경제·방위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 견제를 위해 필리핀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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