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공연장 문턱 낮췄다…마라도·울릉도서 공연하고파"①

입력 2017-11-13 09:05   수정 2017-11-13 09:18

이승철 "공연장 문턱 낮췄다…마라도·울릉도서 공연하고파"①

12월 22~24일 '머니 백' 공연…티켓값 30% 낮추고 관람의 질 높여

"공연장에선 메시가 축구장에 선 느낌과 같아…30년 받은 사랑 돌려줄것"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가수 이승철(51)은 최근 JTBC '한끼 줍쇼', MBC에브리원 '비디오 스타' 등 의외의 예능 나들이를 했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에서 심사위원으로 따끔한 '독설'을 날리던 그가 '한끼 줍쇼'에서 가정집을 찾아 반주 없이 '희야'를 노래하고, '비디오스타'에서는 안경을 벗고 '우이 C~'라며 박명수 성대모사도 했다.

"정말 재미있게 본 프로그램들이에요.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도 찍었죠. 사실 SBS TV '정글의 법칙'에도 나가고 싶었는데 공연 일정 때문에 포기했어요. 제가 체질상 신비주의는 안 맞잖아요? 하하."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녹음실 루이스튜디오에서 만난 이승철은 "저를 내려놓았다기보다 이젠 뭔가를 할 때, 시기와 방법을 몸 안에서 스스로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데뷔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4월 싱글 '일기장' 이후 1년 반 넘게 새 음반을 내지 않았다. 대신 전국을 돌며 공연에만 매진했다.

커피를 내리던 그는 "제가 해야 할 일, 기다릴 때를 아는 게 생기더라. 예전에는 기다림이 초조했는데 이젠 그런 걸 넘어선 것 같다"며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 "공연 가격 현실화, 30년 된 가수가 해야 할 일"

그는 30년 노래한 가수가 '해야 할 일'로 관객에게 보답하는 차원의 공연을 꼽았다. 1986년 데뷔 이래 2천여 회 공연하며 유료 관객만 300만 명을 모았고, '라이브 황제' '보컬 신'이란 수식어가 붙은 그가 공연에 방점을 찍는 것은 새삼스럽다.

"제게 공연 무대는 아마 리오넬 메시가 축구장에 서 있는 느낌과 같을 겁니다. 메시가 축구장에서 가장 멋있듯이 저도 무대에 올랐을 때 존재감이 생기죠. 제가 무대 밖에서 뭘 하겠어요. 실제 가장 힘들 때도 목이 아플 때예요. 노래가 안 나올 때가 가장 비참하니까요. 몇 년 전 감기에 걸려 공연을 취소하고서 병실에 누워있는데 진짜 한심했죠."

돌아보니 매년 전국을 다니며 평균 30회가량 공연할 수 있었던 것은 그곳을 가득 메워주는 관객 덕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젠 받은 사랑을 되돌려 줄 때란 생각에 올해 전국투어에서 티켓 가격을 내려 공연장 문턱을 낮췄다.

그는 "30년간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겠다는 것이 상투적이고 촌스럽게 들릴 것"이라며 "어느 날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 공연에 가기 어려우니 노래하는 방송에 많이 나와달라'는 댓글을 봤다. 그 글이 굉장히 뭉클하게 다가왔다. 공연 때마다 90% 이상이 처음 오는 분들인데 착한 가격으로 고퀄리티의 공연을 열어 많은 분이 찾도록 하는 것이 30년 차 가수가 해야 할 일이라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반기에 티켓 가격을 10~20% 낮추고 3만원 대 좌석인 '행복석'을 만들어 '착한 콘서트-오! 해피 데이' 투어를 열었다. 지난달부터 하반기 공연 '컴백'을 진행 중이며 12월 22~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홀D에서 '머니 백'(MONEY BACK)이란 타이틀로 무대에 오른다.

'머니 백' 공연에는 '맡긴 돈 찾아가세요!'란 부제가 붙었다. 전 좌석 가격을 30% 내려 VIP석만 10만원 대이고 중견 가수의 공연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3만원, 5만원, 7만원 대 좌석을 만들었다. 대신 이들 좌석에서도 무대가 잘 보이도록 평지 좌석을 줄이고 계단식 좌석(스탠드석)을 따로 제작한다. 또 공연장 중앙에 아일랜드 무대(객석 가운데 설치한 무대)를 만들고 360도 음향시스템을 설치해 관람의 질을 높일 생각이다.

"사실 상반기 '착한 콘서트'를 열면서 티켓 가격을 더 낮추고 싶었어요. 하지만 요즘 대관료가 비싸고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니 현실적으로 지방 공연기획자들이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머니 백'부터는 제 개런티를 대폭 낮추고 마당놀이처럼 무대 가까운 곳에서 싼 가격에 많은 사람이 보는 기획을 실험해 보려고요. 내년에는 지방 공연도 직접 기획해 '머니 백' 투어를 진행할 겁니다."

그는 이어 "내가 노래해서 돈만 버는 사람은 아니다"며 "머리 희끗희끗한 노부부부터 10살짜리 아이들을 보면 이분들에게 무엇을 해줘야 기뻐할까,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 "희야'에 지금도 전율 느껴…신곡 발표는 관망세"

무엇보다 이승철이 LP와 CD, 디지털 음원 시대를 아우르며 팬을 거느린 것은 유일무이한 보컬에서 나온 숱한 히트곡 덕이다. 1986년 부활 1집으로 데뷔해 1989년 솔로로 나선 그는 '희야'와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비롯해 '네버엔딩 스토리', '서쪽하늘', '말리꽃',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등 첫 소절에 '아!' 하고 감탄할 명곡을 보유한 '레퍼토리 부자'다. 때론 인생의 굴곡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그를 일으켜 준 것도 히트곡이었다.

그는 "'희야'를 부를 때 관객이 주는 전율과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때 밀려오는 감동은 여전하다"며 "두 곡은 느낌이 다른데 모두 어마어마한 힘이 있다. 내 인생의 난관을 이겨내도록 해준 것도 음악이었다"고 떠올렸다.

꾸준히 작업해둔 신곡들이 꽤 쌓였다는 그는 음원의 홍수로 대중이 한 곡을 고르기도 전에 노래가 빛이 바래는 시대여서 발표 시기와 방법을 몰라 "지금은 관망세"라고 웃었다.

"예전엔 노래가 좋으면 자신감이 있었지만 요즘은 팬덤이 없으면 (흥행에) 불을 붙이기 어렵고, 드라마 OST처럼 노출돼야 그나마 히트 가능성이 있어요. 아니면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되기 쉽죠. 그런 면에선 앨범을 사서 포장지를 뜯어 전곡을 듣던 아날로그 시절이 낭만적이지만 시대를 탓하면 '꼰대'일 뿐이죠."







환경이 변하면서 라이브 무대에서 팬들을 만나는 기쁨이 더욱 커졌다는 그는 앞으로 무대 위 신비로운 오빠가 아니라 함께 가는 친근한 가수가 되고 싶다며 문화 소외 지역도 찾고 싶다는 바람을 꺼내놓았다.

"마라도, 울릉도, 강원도 태백과 정선 등 공연문화를 접하기 힘든 곳에서 공연하고 싶어요. 아직은 음향과 각종 장비 등 시스템상의 문제가 많아 그런 부분을 해결해야 하지만 시도해보고 싶죠."

그는 또 "동남아시아에서 '네버엔딩 스토리'와 '인연',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가 인기 있다고 한다"며 "내년 동남아시아 순회공연을 계획 중"이라고도 했다.

후배 양성 계획은 없느냐는 물음에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1991년 3집 '방황'부터 26년간 자신의 앨범을 직접 제작한 내공이 있고 '슈퍼스타 K'에서도 냉철한 심사평을 들려줬다. 이미 윤종신과 신승훈 등 1990년대 함께 활약한 중견 가수들은 후배 양성에 뛰어들었다.

"후배를 키우는 탤런트는 가수와는 다른 재능 같아요. 좋은 보컬과 노래를 가려내는 안목이 있더라도 스타를 육성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거든요. 저는 성격상 비즈니스는 잘 못 해요."

그는 대신 아티스트로서의 지향점은 뚜렷하다면서 50년간 흔들림 없이 건재한 선배 조용필을 향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그는 "늘 말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용필 선배가 존경스럽다"며 "50년간 노래하면서 우리가 모르는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나. 그걸 이겨내고 오신 것은 결국 실력이다. 가수는 노래로, 배우는 연기로 말한다고 하지 않나. 정말 대단한 분이란 생각이 든다"고 치켜세웠다.

mimi@yna.co.kr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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