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연 때마다 딸과 동행…"독립기념관·팔만대장경도 보고왔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전 세계에 우리가 몰랐던 한국전쟁 참전국들이 많더라고요. 생존해 계신 해외 참전용사들이 이제 몇 분 안 되시는데 잊히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가수 이승철(51)이 KBS와 손잡고 세계 각국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의 녹음실에서 인터뷰한 이승철은 "내년 한국전쟁 기념일 즈음 방송될 예정"이라며 대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참전국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참전국을 열거하며 "이렇게 많은 나라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는지 몰랐다"며 "19살 약혼자를 두고 전쟁을 치르고서 이 땅에 묻힌 분도 있다. 타국에서 젊음을 바친 분들의 희생을 알리고 고마운 마음을 갖자는 취지여서 직접 출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해외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게 관심을 기울인 것은 2015년, 유언대로 한국 땅에 묻힌 프랑스 참전용사 레몽 베르나르 씨와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이승철은 2010년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해외 참전용사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사인 CD와 편지를 전달하며 베르나르 씨를 알게 됐다. 작고한 이승철의 부친도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참전용사였다. 이후 이승철은 베르나르 씨의 프랑스 자택을 방문했고 2011년 서울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공연에 베르나르 씨 등 참전용사 가족을 초대해 '아리랑'을 들려줬다. 베르나르 씨의 유해가 한국 땅을 밟았을 때는 공항으로 직접 나가 눈물을 흘렸고, 장례식에서 추도사도 낭독했다.
이승철은 "방송 작가들과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다 보니 정말 가슴 아픈 사연이 많았다"며 "한국을 위해 애쓴 분들을 재조명해 초등학생인 둘째 딸 원이 또래 어린이들이 역사적인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반기부터 전국투어 중인 그는 지방 공연 때마다 딸 원이와 함께 인근의 역사적인 장소나 유적지를 둘러본다고 했다.
"얼마 전엔 천안 공연이 끝나고 원이를 데리고 독립기념관에 갔어요. 합천 해인사에 들러 팔만대장경도 봤고요. 저도 딸과 함께 새롭게 배우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간 교도소 재소자, 대안학교 학생, 탈북청년 등의 합창단을 지휘하고 각종 나눔 활동을 펼친 그는 음악을 하는 한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간 아프리카 차드에 학교 10개를 설립한다는 목표로 6년째 굿네이버스에 공연 티켓 수익금과 개런티 등을 기부하고 있다. 1년에 5억 원씩 전달해 현재 5개 학교가 완공됐고 6번째 학교를 짓고 있다.
이런 활동은 교육자이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 책임감이 더욱 생긴다고 했다.
"외할아버지가 서울 대신고등학교 설립자로 아버지가 학생 주임이셨고, 어머니도 선생님이셨죠. 차드에 갈 때면 아버지가 학교 한켠의 닭장에서 닭을 기르면서 학교를 일구던 모습이 떠올라요."
특히 아내의 조언 덕에 나누고 봉사하는 기쁨을 알게 됐다면서 가정이 길을 만들어준 것 같다고 애틋함을 나타냈다.
그는 "가족은 내게 방파제나 방화벽 같다"고 비유하며 "설령 내가 인기가 없어 노래를 못하는 힘든 삶이 찾아와도 가족이 있기에 크게 두렵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안 가족과 캠핑카를 타고서 산과 바다를 다니는 재미에 빠져있었다는 그는 캠핑에서 직접 만든 밀푀유 나베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2005년 요리책을 냈을 정도로 음식 솜씨가 있다.
"외국을 주로 다녔지만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많아요. 덕유산, 오대산, 대부도 등지에서 캠핑했는데 원이가 중학교 들어가기 전인 이 시기밖에 못 하는 일인 것 같아요. 훗날 세상을 떠날 때 돈은 못 가져가도 추억은 갖고 갈 수 있을 테니까요."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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