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 최소화·공통점에 집중…'돌파구 마련못해' 지적도
韓中 '북핵 평화적 해결' 의기투합…향후 행보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북핵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한 한미중일 4개국 정상의 숨가쁜 연쇄 회동이 마무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5일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미일 정상회담(6일), 한미 정상회담(7일), 미중 정상회담(9일), 한중 정상회담(11일), 중일 정상회담(11일) 등이 지난 일주일간 차례로 이어졌다.
이번 연쇄 회담에서 4개국 정상들은 일단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해 대화로 끌어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각국 간 공통점은 최대한 부각하고 이견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 대북 압박의 한 목소리를 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 등 강경 언급을 일단 공개석상에서는 자제함으로써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는 한편 한국 및 중국과의 정책적 교집합은 넓혔다는 분석이다.
한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여전히 일각에서 제기되던 대북정책 '엇박자' 우려를 불식했다.
한미는 8일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북한을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비핵화 대화로 복귀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와 조율된 압박을 해 나가는 것에 대한 완전한 지지와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을 강조하지 않은 가운데 한국도 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내세우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 간에도 견해차가 부각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유엔 안보리의 모든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실천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고도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의 강도 등에서 미중 간 온도 차가 있음에도 '안보리 결의 준수'라는 공통 분모에 우선 집중한 모양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지금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제재를 통해 대화를 끌어낸다는 메시지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명확히 전달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윤 전 원장은 이어 "그동안 미일 간에는 이런 목소리가 확실했고, 한미 간에는 다소 혼선이 있었으나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서 굳건히 했다. 그 여세를 몰아 중국에서도 그와 같은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쇄 정상회담이 대북정책의 원칙을 재확인한 수준에 그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이렇다 할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전날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과 관련, 현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북핵 문제를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중국이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조만간 북한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의 북핵 해법인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의 입장을 이날 회담에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개최와 맞물려 내년 3월 한미 연합훈련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국내외 일각의 주장과 맥이 닿아 있다.
양국은 또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전략대화'를 강화해 나간다는 데 합의해 새로운 고위급 협의체가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논란을 마무리짓고 관계 정상화의 길로 들어선 한국과 중국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외교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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