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미술교류, 사드 영향 있었던 건 사실…민간교류 늘려야"

입력 2017-11-12 13:33   수정 2017-11-12 17:32

"한중 미술교류, 사드 영향 있었던 건 사실…민간교류 늘려야"

최근 방한한 MOCA 상하이의 새뮤얼 쿵 관장 인터뷰

"한국 예술가들 뉴미디어에서 특히 강해…더 많은 작가 알고파"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 중국 미술계 인사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상하이 현대미술관(MOCA), 청두 A4아트뮤지엄, 베이징 투데이아트뮤지엄, 광저우 타임스뮤지엄 등 중국 전역의 유수 사립미술관 관장·부관장·큐레이터들이 모인 것은 플랫폼-엘에서 마련한 제1회 한중사립미술관 국제포럼을 위해서였다.

한중 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불거진 오랜 갈등을 끝내고 관계 회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집단 방한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받았다.

방한 계기에 한국 미술의 다양한 현장을 둘러본 새뮤얼 쿵 MOCA 상하이 관장을 최근 만났다. 쿵 관장은 2005년 9월 MOCA 상하이를 설립했으며 12년째 미술관을 이끌고 있다.

쿵 관장은 사드 갈등을 언급하자 "양국 미술계 교류에 영향이 있기는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 당국이 교류 금지 등 명시적인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고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꺼렸다. "그래도 우리는 사립미술관이어서 조금의 교류가 있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는 말에서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실 정부가 나서서 교류를 막았다면 이번 포럼에도 참석 못 했을 겁니다. 상하이뿐 아니라 베이징, 광저우, 청두 등 중국 여러 지역에서 참석하지 않았습니까. 플랫폼-엘의 박만우 관장이 이렇게 좋은 교류의 무대를 만든 덕분입니다."





인터뷰에 배석한 MOCA 상하이 큐레이터도 "사실 중국이 교류를 정말 '중단'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저도 7월부터 한국에서 활동 중"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초 취소 소식이 흘러나왔던 MOCA 상하이의 작가 교류전은 원래 큐레이터 교류 프로그램으로, "대략적인 계획을 논의하던 상황에서 사드 문제가 발생하면서 더 진전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것이 이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쿵 관장이 말한 '조금의 교류' 중 대표적인 것이 애니마믹스 비엔날레다. 플랫폼-엘 포럼에서 쿵 관장이 발표한 내용도 애니마믹스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협력 네트워크 구상이다.

베니스비엔날레처럼 정기적으로 동일한 장소에서 열리는 일반적인 행사와는 달리, 애니마믹스는 각국의 예술기관이 동시에, 또는 연이어 애니메이션 관련 전시를 여는 행사다. 10년 전 MOCA 상하이가 애니마믹스의 싹을 처음 틔웠다. 그동안 한성필, 김인배, 배종헌, 박중현, 방 앤 리 등 많은 한국 작가도 이를 통해 중국에 소개됐다.

쿵 관장은 "애니마믹스는 MOCA 상하이만의 프로그램이 아닌 아시아 각국이 플랫폼 역할을 하는 프로젝트"라면서 "그동안 오랫동안 현대미술에서 서양미술이 발언권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 아시아가 좀 나서서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많은 미술기관이 함께하면 아시아 파워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구미술관 등이 함께했는데 앞으로 우리 MOCA 상하이가 더 주도하기보다는 아시아 각국이 함께 이끌어나갔으면 좋겠어요. 서울의 미술관들도 더 많이 참가했으면 합니다."

남경서로 인민공원에 있는 MOCA 상하이는 중국에 현대미술과 디자인을 소개하고, 세계와의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뿌리를 잘 내린 기관으로 꼽힌다.

지난 수년간 급증한 많은 중국 미술기관이 호화로운 컬렉션과 넓은 전시공간만 자랑할 뿐 그에 상응하는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한 것과는 대비된다.

쿵 관장은 "뉴미디어아트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와 주제, 장르의 예술을 수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미술관으로 키워내는 게 목표"라면서 "한국 예술가들이 특히 뉴미디어 분야에서 뛰어난데, 더 많은 한국 작가와 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는 이미 존재하는 것이고, 문화예술이 그 영향을 받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 영향력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인들만큼은 정치 영향을 되도록 생각하지 말고, 민간에서라도 교류를 꼭 늘려가야 한다고 봅니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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