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비판 MB…검찰 수사 선긋기·반박논리 '기싸움'

입력 2017-11-12 16:52  

적폐청산 비판 MB…검찰 수사 선긋기·반박논리 '기싸움'

"정치보복 의심"…'군 사이버사 보고받은 것 있나' 질문엔 "상식에 안 맞다"

이동관 "시시콜콜 지시 없었다" 불법행위 부인…"문제된 댓글은 0.45%" 주장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검찰이 진행 중인 적폐청산 수사의 '종착지'로 거론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해외 강연을 위한 출국에 앞서 자신을 겨냥한 각종 불법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검찰 수사에 '선 긋기'를 하고 향후 소환 조사 등에 대비한 반박논리를 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행위 의혹에는 "시시콜콜 지시한 바 없다"고 답하고, 보고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상식에 안 맞다"고 지적해 '불법행위에 관여한 바 없다'는 메시지를 검찰에 던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바레인으로 출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라고 말해 적폐수사를 향해 보수 야당이 제기한 '정치보복' 프레임과 같은 인식을 나타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안보외교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군의 조직이나 정보기관의 조직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군 사이버사령부·국가정보원 댓글 수사가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눈곱만큼 군과 정보기관의 정치 댓글을 옹호할 생각이 없다. 잘못된 건 밝혀져야 하고 처벌되는 게 맞다"면서도 "국정원 심리전단장 이태하씨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거기서 이미 밝혀진 일이지만 지금 문제가 된 댓글은 전체의 0.9%라는 것이 검찰이 제기한 자료에 나오고, 그중 절반만 법원이 받아들여 0.45%의 진실"이라고 거들었다.

앞서 국방부 조사본부는 2014년 8월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들이 2010년 1월 사이버사 창설 이후 2013년 10월까지 인터넷상에 게시한 글이 총 78만7천200여건으로 파악됐고, 이 가운데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의견을 비판하거나 지지한 글은 0.9%인 7천100여건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전 수석의 발언은 이 혐의 내용과 이후 법원 재판에서 인정된 부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나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을 문제 삼을 수 있지만, 대북 심리전 수행이라는 전체 취지를 도외시한 채 '일부에 한정된' 불법행위를 이유로 지난 정권의 군과 정보당국 활동 모두를 문제 삼아 주요 자리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을 처벌하려 할 경우 결과적으로 조직이 흔들리거나 구성원 사기를 저해하는 등 '소탐대실'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댓글 지시에 개입한 사실이 없음을 직접 거론하며 불법행위 연루설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이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은 군과 정보기관의 댓글을) 시시콜콜 지시한 바가 없다"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심리전이 강해지는 전장에서 불가피하게 증원을 허가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하다"며 "세상에 어떤 정부가 댓글을 달라고 지시하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큰 틀의 지시를 내리고 보고받는 상황은 가능하지만, 그 취지를 벗어난 구체적인 불법행위의 존재 여부를 알지 못하며 더 나아가 이를 지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취지의 항변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발언을 놓고 이 전 대통령 측이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의혹 불식'과 함께 향후 수사에 대비한 '프레임 선점'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 불법행위를 직접 지시한 바 없다는 주장을 펼치며 의혹 제기에 대응하는 한편, '정치보복' 프레임을 통해 문재인 정부 들어 고강도로 진행되는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가 부적절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한다는 것이다.

"눈곱만큼 군과 정보기관의 정치 댓글을 옹호할 생각이 없다. 잘못된 건 밝혀져야 하고 처벌되는 게 맞다"라면서도 "(이 전 대통령이) 시시콜콜 지시한 바 없다"고 한 이 전 수석의 발언은 연루 의혹에 대한 '선 긋기'라고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이런 발언이 사실상 수사 및 재판 대응전략으로 읽힐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편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의 이날 발언에 대해 "입장이 없다"면서 일체의 반응을 삼갔다.

이 전 대통령이 정식으로 피의자 입건이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의 수사를 기정사실로 하거나 구체적인 혐의와 관련한 언급을 내놓아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11일 군 사이버사의 정치개입 온라인 여론조작 활동을 지시하고 이에 관여한 혐의로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했다. 다만, 김 전 장관의 혐의 사실에 이 전 대통령의 관여가 있었음은 언급되지 않았다. 아직은 공범으로 보거나 혐의사실이 드러나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국정원 및 군 사이버사의 정치개입 의혹 수사가 진전되면서 당시 청와대 보고라인, 나아가 이 전 대통령을 향해 검찰이 수사망을 좁혀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오후 현재 청와대 게시판에는 7만7천여명이 이 전 대통령의 출국금지를 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에 참여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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