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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시즌 막판에 부담감 내려놓으니 샷이 살아나네요. 안되는 게 하나도 없네요. 이번 대회에서 미뤘던 우승 한번 하죠 뭐. 하하."
지난 10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최종전 ADT캡스챔피언십 1라운드를 6언더파 66타로 마친 지한솔(21)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지한솔은 2라운드에서도 6언더파 66타를 쳐 3타차 단독 선두에 나서더니 최종 라운드에서도 똑같은 6언더파 66타를 적어내며 2타차 우승을 완성했다.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챔피언 인터뷰에 나선 지한솔은 그러나 곧바로 감정이 복받쳐 오른 듯 고개를 숙였다. 어느새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지난 3년 동안 받았던 압박감을 숨김없이 털어놨다.
지한솔은 2015년 데뷔할 때 '슈퍼루키'로 대접받았다. 아마추어 시절 8승을 올렸고 정규 투어에 뛰어들기 전 3부투어에 네 번 출전해 두 번 우승했기에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주목을 받았다.
두산매치플레이 준우승으로 진가를 입증하는 듯했던 지한솔은 그러나 스타로 발돋움하는 대신 평범한 성적으로 루키 시즌을 마쳤고 2년 차인 작년에도 고만고만한 선수로 시즌을 보냈다.
올해는 신인 시즌과 2년 차 때보다 더 성적이 떨어졌다.
지한솔은 "나한테 실망을 많이 했다. 부담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신인 때 2억원이 넘는 특급 계약금을 받았던 지한솔은 "많은 돈을 받은 건 맞다. 올해 그 계약이 끝난다"면서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음을 시사했다.
데뷔 이후 87번째 대회에서 우승한 지한솔은 "솔직히 이렇게 첫 우승이 오래 걸릴지는 몰랐다. 작년에 두 번 준우승했을 때 우승이 나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초조감과 부담감은 샷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그린에서 넣어야 할 퍼트를 놓치는 일이 많았다.
지한솔은 지난 5일 끝난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6위를 차지해 상금 2천600만원을 받았다.
지난 5월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3위 상금 4천만원에 이어 이번 시즌 두 번째로 많은 상금이었다.
지한솔은 "그 대회부터 샷이 살아났다"고 밝혔다. 마음을 내려놓은 결과라는 게 지한솔의 설명이다.
"마음을 내려놓은 계기가 있긴 있다. 하지만 비밀"이라는 지한솔은 "사실 죽어라 연습만 하던 게 내 스타일이었다. 생활에 여유를 좀 뒀다. 영화도 보고, 힐링을 좀 했다"고 말했다.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하면서 마음고생에서 벗어난 지한솔은 어느새 쾌활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15, 16, 17번홀 연속 버디로 1타차 2위에서 단숨에 12타차 선두로 나선 끝에 우승한 지한솔은 "원래 제 모습이 이렇다. 뒷심이 이렇게 강한데 그동안 뒷심 약하다고 했다"고 깔깔 웃었다.
17번홀(파3)에서 홀인원이 될 뻔한 티샷도 "실은 그린 가운데를 보고 쳤는데 당겨치는 실수로 볼이 핀으로 간 것"이라고 숨김없이 말했다.
그는 "우승하고 나니까 17번홀에 걸린 고급 승용차 홀인원 상품이 아쉽게 여겨진다"고 농담하는 여유를 보였다.
지한솔은 데뷔 이래 아버지와 오빠가 주로 캐디를 맡았다.
그러나 고대하던 첫 우승은 하우스 캐디와 함께였다.
지한솔은 "고생하신 아빠와 함께였다면 더 좋았겠다"면서 "아빠랑 다시 한 번 우승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또 한 번 깔깔 웃었다.
지한솔은 "친구 오지현이 2015년에 생애 첫 우승을 이 대회에서 했다. 그 친구가 올해 메이저대회(한화클래식)에서 우승했다. 나도 그 친구처럼 내년에는 메이저대회 우승을 하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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