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예멘 이어 레바논 '대리전장' 전락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맹주 이란의 패권 다툼이 시리아, 예멘에 이어 최근 레바논으로까지 번질 기미를 보이면서 고조하는 역내 갈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국이 이미 중동 곳곳에서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분쟁이 더해지면 어느 누구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며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이란 일촉즉발의 대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레바논을 양국의 종파전쟁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FT는 사우디의 실세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막으려다 레바논을 종파대립의 새로운 무대로 만드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동원한 대리전으로 역내 패권을 장악하려는 이란의 시도가 중동의 안정을 위협하더라도 사우디가 이란과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양국은 이미 중동 곳곳에서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각종 분쟁에서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예멘 내전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와 친이란 시아파 반군 후티가 대립하고 있다.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서는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군을, 사우디는 국제동맹군을 꾸려 그에 맞서고 있다.
성적표만 놓고 보면 현재로서는 이란이 우세하다.
사우디는 빈살만 왕세자가 지난 2015년 국방장관에 오른 지 2달 만에 전격적으로 예멘 내전 개입을 결정하면서 전쟁에 나섰지만 예상 밖으로 내전이 길어져 최악의 인도적 위기로 이어지며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했다.
반면 이란은 최근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는 데 이란 혁명수비대의 훈련을 받은 시아파 반군이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이 일대에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패권 다툼이 레바논으로까지 번져갈 경우 승산을 따져볼 때 사우디에 유리하지 않고 이란에도 유리하기만 한 상황은 아니라는 견해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란이 최근 중동 내 각종 분쟁에 개입해 역내에서 영향력을 강화했지만 지난 2015년 7월 주요 6개국(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맺은 이란 핵합의를 미국의 반대에 맞서 지켜내야 하는 입장이다.
핵합의에 따라 경제 제재가 일부 해제되면서 누리게 된 경제적 이익도 포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시리아, 예멘 그리고 이제 레바논 : 사우디의 최근 도박, 또 다른 무모한 실패될까'라는 분석 기사에서 사우디가 레바논에서 대리전을 벌일 경우 또 다른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물밑 외교와 막대한 자금에 기반을 두던 사우디의 전통적 정책과 현저한 대비를 보이며 사우디의 도박이 무모한 정책에 의한 또 다른 아픈 실패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알자지라 영문판도 사설에서 사우디가 헤즈볼라와 직접충돌에 나설 경우 레바논과 그곳에 있는 수백만명의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난민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시리아와 예멘의 인도적 위기와 이라크에서 계속되는 혼란을 고려할 때 레바논에서 (무력) 충돌을 감행한다면 이 지역에서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혼돈과 파괴, 죽음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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