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 감독, 패배감 퍼졌던 KB손보에 '독기' 입힌다

입력 2017-11-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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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찬 감독, 패배감 퍼졌던 KB손보에 '독기' 입힌다

옐로카드 불사 거친 항의…"패배의식 없애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은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전에서 심판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다가 두 번이나 옐로카드를 받았다.

선수들은 물론 권순찬 감독도 판정이 부당하다며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판정이 번복되지는 않고 경고만 받고 끝났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권순찬 감독은 심판 판정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권 감독은 '의외로' 불만을 털어놓기보다는 "심판도 심판 나름대로 고생하신다", "심판도 심판 나름대로 중심을 갖고 판정하신다"며 심판의 고충을 먼저 헤아렸다.

그러면서 거칠게 항의했던 숨겨진 이유를 털어놨다.

권 감독은 "우리 선수들에게는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패배의식도 있고 그래서 앞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우리 선수들에게는 그런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6-2017시즌 후인 지난 4월부터 KB손해보험의 지휘봉을 잡은 권 감독이 팀 컬러 바꾸기에 힘을 쏟고 있다.

KB손해보험은 2014-2015시즌부터 3년간 7팀 중 6위에 머문 '만년 하위 팀'이었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어느새 패배를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권 감독은 그런 모습이 싫었다.

권 감독은 2015년부터 KB손해보험 코치로 지내면서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국가대표 센터를 지내고 대한항공, 러시앤캐시 등에서 코치를 맡았던 그의 눈에 KB손해보험 선수들의 문제는 마음가짐에 있었다.

권 감독은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때문에 졌다'고 말하는 게 싫었다. 그러지 말고 코트 안에서 보여주라고 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판정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면 거침없이 항의해보게 한 것도 이와 같은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코트 밖에서 다른 소리를 하는 것보다 코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라고 지도한다"고 밝혔다.

이런 지도관은 KB손해보험 구단이 원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KB손해보험은 권 감독 선임을 발표하면서 "이기는 배구, 강한 배구, 근성의 배구를 통해 혁신적으로 팀의 변화를 이끌 감독을 선임하고자 고민해왔다"며 권 감독이 적임자로 낙점됐다고 밝힌 바 있다.




권 감독은 더는 패배에 익숙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선수들에게 "지는 것에 자존심 상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다.

권 감독은 "지고 있어도 서브는 항상 강하게 때려라. 힘을 조절해서 때리는 것보다 자신 있게 해서 실수하는 게 더 낫다"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한다.

결혼한 선수들을 집으로 자주 보내 책임감을 충전하고 오도록 하기도 한다.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5승 3패로 단독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 삼성화재(5승 2패)와 승점(14점)은 같고 세트 득실률에서 0.279 차이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이 살아난 데는 선수들에 대한 '맞춤 처방'도 주효했다.

권 감독은 풍부한 잠재력을 지녔음에도 아직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 못 하는 선수들을 차례로 각성시키고 있다.

라이트 이강원과 '죽도록' 술을 마신 이야기는 이미 유명해졌다.

이강원은 KB손해보험의 주축 공격수 중책을 맡고 올 시즌을 맞이했다. 국가대표팀에서 국제무대도 경험하면서 한 층 성장했기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강원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개막 초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권 감독은 이강원과 밤새워 술을 나누면서 깊은 대화를 나눴다. "오늘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죽을 때까지 마시자"라며 부담을 덜어줬다. 이후 이강원은 10월 28일 대한항공전 22득점, 지난 1일 우리카드전 26득점을 올리면서 펄펄 날았다.

요즘 권 감독의 관심 선수는 레프트 손현종이다.

오른 새끼발가락 피로골절로 지난 시즌을 쉬었던 손현종은 올해 복귀 부담감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권 감독은 손현종을 경기 중간에 빼서 휴식을 주거나, 훈련 때 1진이 아닌 2진과 연습하도록 하는 등 '부담 덜어주기' 관리를 해주고 있다.

아직 밤샘 술자리는 함께하지 않았다.

손현종은 "그렇게 되기 전에(권 감독과 함께 술 먹게 되기 전에) 잘해야겠다"며 웃었다.

권 감독은 이강원, 손현종뿐 아니라 모든 선수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구단 관계자는 권 감독이 지난 4월 부임 이후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지금은 선수들이 먼저 감독님께 가서 의견을 표출하거나 '경기에 넣어달라'고 먼저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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