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감시탑 지하에 5·18시신 암매장, 콘크리트로 덮어"(종합)

입력 2017-11-13 17:09  

"교도소 감시탑 지하에 5·18시신 암매장, 콘크리트로 덮어"(종합)

"벙커처럼 생긴 넓은 공간 있다" 제보…5·18재단 "진위 파악"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옛 광주교도소 감시탑 지하공간에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시신을 암매장하고 콘크리트로 밀폐했다는 증언이 최초로 나왔다.

해당 증언은 '5·18 행방불명자 시신을 임시매장한 뒤 항쟁 직후 다른 장소로 옮겼을 것'이라는 5월 단체 추론과 일치하는 만큼 사실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옛 광주교도소에서 2000년대 초반 경비교도대로 군 복무했던 A씨(35·경기도 거주)는 최근 연합뉴스에 5·18 암매장 관련 제보를 전했다.

A씨는 "교도소 감시탑 지하에 교도대원인 나도 접근 못 하는 보안구역이 있었다"며 "5·18 때 교도소 주변에 묻었던 시신을 파내서 유기했던 장소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감시탑 아래에 철문이 달렸고 많게는 100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벙커처럼 생긴 공간이 있다"라며 "이곳에서 '시신을 묻고 콘크리트로 덮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제보 내용을 접한 경위에 대해서는 "파열된 수도관을 점검하느라 철문 안쪽으로 우연히 딱 한 번 들어가 봤다"며 "그때 동행했던 나이 많은 교도관이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언론이나 5·18단체 등에 지금까지 제보하지 않았던 이유로는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옛 광주교도소에는 모두 4개의 감시탑이 구축됐다.

A씨가 지목한 감시탑은 옛 교도소 동북쪽 모퉁이에 자리한 것으로 5·18기념재단이 행방불명자 유해를 찾아 발굴 조사하는 암매장 추정지 바로 옆이다.

그는 "교도소에 있는 4개의 감시탑 중에서 10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벙커 시설은 딱 한 군데에만 있다"며 "철문만 봤을 때는 작은 방처럼 여겨질 수 있으나 안으로 들어가 보면 넓은 공간이 나올 것"이라고 부연했다.


13일 5·18기념재단은 연합뉴스가 공유한 제보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옛 광주교도소 시설물을 소유한 법무부와 진위 파악에 나섰다.

재단은 A씨로부터 자세한 증언을 청취하는 한편 5·18 당시 광주교도소 사정을 잘 아는 퇴직 교도관을 수소문하고 있다.

또 오는 15일 진행 예정인 땅속탐사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 조사로 감시탑 지하공간 바닥에 암매장 흔적이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옛 광주교도소 암매장 진술은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와 '12·12 및 5·18 사건' 검찰 수사에서 여러 차례 나왔지만, 교도서 시설물 내부에서 콘크리트까지 동원해 시신을 묻었다는 증언은 지난 37년 동안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5·18재단은 검찰 수사기록에 담긴 3공수여단 지휘관 진술과 암매장지 약도 등을 토대로 옛 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에서 행방불명자 유해를 찾고 있으나 8개 배관 줄기와 생활 쓰레기만 발견했다.

재단은 암매장 추정지에 과거 굴착 이력이 남겨진 만큼 행불자 유해가 다른 장소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한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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