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처럼 생긴 넓은 공간 있다" 제보…5·18재단 "진위 파악"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옛 광주교도소 감시탑 지하공간에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시신을 암매장하고 콘크리트로 밀폐했다는 증언이 최초로 나왔다.
해당 증언은 '5·18 행방불명자 시신을 임시매장한 뒤 항쟁 직후 다른 장소로 옮겼을 것'이라는 5월 단체 추론과 일치하는 만큼 사실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옛 광주교도소에서 2000년대 초반 경비교도대로 군 복무했던 A씨(35·경기도 거주)는 최근 연합뉴스에 5·18 암매장 관련 제보를 전했다.
A씨는 "교도소 감시탑 지하에 교도대원인 나도 접근 못 하는 보안구역이 있었다"며 "5·18 때 교도소 주변에 묻었던 시신을 파내서 유기했던 장소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감시탑 아래에 철문이 달렸고 많게는 100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벙커처럼 생긴 공간이 있다"라며 "이곳에서 '시신을 묻고 콘크리트로 덮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제보 내용을 접한 경위에 대해서는 "파열된 수도관을 점검하느라 철문 안쪽으로 우연히 딱 한 번 들어가 봤다"며 "그때 동행했던 나이 많은 교도관이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언론이나 5·18단체 등에 지금까지 제보하지 않았던 이유로는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옛 광주교도소에는 모두 4개의 감시탑이 구축됐다.
A씨가 지목한 감시탑은 옛 교도소 동북쪽 모퉁이에 자리한 것으로 5·18기념재단이 행방불명자 유해를 찾아 발굴 조사하는 암매장 추정지 바로 옆이다.
그는 "교도소에 있는 4개의 감시탑 중에서 10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벙커 시설은 딱 한 군데에만 있다"며 "철문만 봤을 때는 작은 방처럼 여겨질 수 있으나 안으로 들어가 보면 넓은 공간이 나올 것"이라고 부연했다.
13일 5·18기념재단은 연합뉴스가 공유한 제보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옛 광주교도소 시설물을 소유한 법무부와 진위 파악에 나섰다.
재단은 A씨로부터 자세한 증언을 청취하는 한편 5·18 당시 광주교도소 사정을 잘 아는 퇴직 교도관을 수소문하고 있다.
또 오는 15일 진행 예정인 땅속탐사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 조사로 감시탑 지하공간 바닥에 암매장 흔적이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옛 광주교도소 암매장 진술은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와 '12·12 및 5·18 사건' 검찰 수사에서 여러 차례 나왔지만, 교도서 시설물 내부에서 콘크리트까지 동원해 시신을 묻었다는 증언은 지난 37년 동안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5·18재단은 검찰 수사기록에 담긴 3공수여단 지휘관 진술과 암매장지 약도 등을 토대로 옛 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에서 행방불명자 유해를 찾고 있으나 8개 배관 줄기와 생활 쓰레기만 발견했다.
재단은 암매장 추정지에 과거 굴착 이력이 남겨진 만큼 행불자 유해가 다른 장소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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