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죽음의 계곡'에서 개혁보수 지키겠다 선언한 유승민

입력 2017-11-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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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죽음의 계곡'에서 개혁보수 지키겠다 선언한 유승민

(서울=연합뉴스) 바른정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13일 "죽음의 계곡에서 개혁보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56.6%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한 유 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지금 우리는 죽음의 계곡에 들어섰다.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져 춥고 배고픈 겨울이 시작됐다. 이 겨울이 얼마나 갈지 우리는 모른다"며 "우리가 똘똘 뭉쳐 강철같은 의지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어느새 겨울은 끝나고 따뜻한 봄이 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바른정당을 지키겠다"면서 "개혁보수의 창당 정신, 그 뜻과 가치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의 창업주이자 대선후보였던 유 대표는 19대 대선 패배 이후 6개월 만에 당의 전면에 서게 됐지만, 그의 앞날은 그리 순탄치 않을 것 같다. 소속 의원들의 자유한국당 복당으로 교섭단체 지위마저 상실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서 당 대표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은 올해 1월 창당 때만 해도 33석의 의석을 가진 원내 4당으로 출발했지만 대선 직전 소속의원 13명에 이어 지난주 9명이 한국당 복귀를 선언함에 따라 11석의 비교섭단체 정당으로 위상이 추락했다. 더불어민주당, 한국당, 국민의당 등 3개 교섭단체 체제에서 정치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 형국이다. 게다가 잔류파 의원 11명 가운데도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강하게 요구하는 의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통합논의에 진전이 없으면 추가 이탈자가 나올 수도 있다. 바른정당의 잔류파 의원 11명은 한 달 안에 한국당과 국민의당을 포함한 중도·보수 통합 논의에 진전을 이루기로 하고 겨우 갈등을 봉합한 상태다. 여권이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이에 비례해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대통합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유 대표가 창당 정신으로 내건 개혁보수를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유 대표가 대표 수락연설에서 '죽음의 계곡'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소속 의원 11명의 비교섭단체 정당으로서 116석의 거대 보수정당인 한국당으로부터 가해지는 원심력에 맞서기 힘들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유 대표의 말처럼 소속 의원들이 강철같은 의지로 똘똘 뭉쳐 죽음의 계곡을 건널 각오가 선다면 당의 생존과 개혁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반발해 탄핵에 가담한 의원들이 주축이 돼 창당한 바른정당은 대선 이후에는 뚜렷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선 직후 6·26 전당대회에서 이혜훈 의원이 새 대표로 선출됐지만, 금품수수 의혹에 휘말려 취임 74일 만에 사퇴하면서 당의 진로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유 대표는 소속 의원들과 약속한 대로 중도보수통합 논의를 위한 길을 열어두면서도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중도보수통합이건 독자생존이건 무엇보다도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대비해 새로운 인물을 과감하게 수혈하고,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바른정당은 그동안 '개혁적 보수', '따뜻한 보수', '새로운 보수'를 내걸었지만, 무엇이 개혁적이고 따뜻하고 새로운 보수인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또한, '독불장군식' 정치를 한다고 지적받아온 유 대표는 당 대표로서 화합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국당으로 복귀한 의원이나 잔류파 의원 가운데 유 대표의 통합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유 대표가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면 잔류파 의원 중 상당수가 개별적으로 추가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귀하게 되고, '죽음의 계곡에서 개혁보수를 지키겠다'는 약속도 공수표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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