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국 중 佛 獨 伊 등 23개국 참여…英·덴마크 등 5개국 빠져
무기개발 공동투자·안보위협 공동대응 프로그램 개발 등 주력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13일 유럽이 직면한 안보 위협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항구적인 안보·국방협력체제(the Permanent Structured Cooperation on security and defence ·PESCO)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경제적·정치적 통합을 이룬 EU는 'EU 군(軍) 창설'이라는 군사적 통합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포함한 EU 23개 회원국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회의에서 회원국 간에 군사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PESCO' 구축 참여 방침을 통보하고 이 협정에 서명했다.
국방 통합체인 'PESCO'는 내달 14, 15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PESCO는 이론상으로 유럽 작전 지휘부나 공동 병참기지 설립 등도 가능하지만, 우선은 국방문제에 대한 조율을 개선하고 무기 및 장비 개발과 같은 군사 분야에 공동 투자하며 EU 안보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28개 회원국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맡긴 결과 지금까지 23개국이 참여하기로 했고, 영국과 덴마크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아일랜드·포르투갈·몰타는 아직 참여 여부를 검토중이다.
앞서 EU는 지난 6월 프랑스와 독일 주도로 55억 유로 규모의 'EU 방위기금(EDF)'을 설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번 결정에 대해 "유럽 안보에서 역사적인 순간으로 유럽 안보의 새로운 페이지"라면서 "이것은 23개 회원국이 방위력과 작전적 조치를 함께 갖추도록 하는 공동작업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원국들이 이미 방위력과 군사작전 분야에서 50개가 넘는 공동프로젝트를 제출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EU는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국방문제를 전적으로 의존해 왔으나 독자적인 방위 체제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영국은 지금까지 EU가 나토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국방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 EU 내부에서 독자적인 국방체제 구축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6월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하고, 작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동맹의 근간인 나토 동맹에 대한 변화 가능성을 내세워온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EU 내부에서 군사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또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분 사태 무력 개입 및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노골화되고 있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EU는 그러나 PESCO가 나토의 역할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게리니 대표는 "나토는 나토의 주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EU는 해상에서의 항해상 안전과 아프리카 개발 문제처럼 나토 동맹이 갖고 있지 않은 자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PESCO에 참여하지 않는 회원국도 나중에 기존 참여국의 승인이 있으면 합류가 가능하다.
또 PESCO는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 대해서도 특수 분야에 대해선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둠으로써 핵보유국인 영국이 참여할 길은 열어뒀다. 다만 이 경우에는 의사결정권을 갖지는 못한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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