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예정대로…보완책 마련" vs "1년 유예해야"(종합2보)

입력 2017-11-14 11:28   수정 2017-11-14 16:07

"종교인 과세, 예정대로…보완책 마련" vs "1년 유예해야"(종합2보)

정부 "시행 초기 최대한 처벌 유예 등 보완책 마련할 것"

개신교 "정부 준비 잘 안 돼 있어…탈세 조사가 사찰될 수도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김경윤 기자 = 정부가 내년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유예 없이 준비하되 도입 초기 발생할 수 있는 신고누락 등과 관련해서는 최대한 처벌을 유예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개신교 단체는 정부의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만큼 시행을 1년 유예하거나 시범 시행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종교인 과세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종교인 과세 시행 유예 여부에 대해 "유예는 어렵다는 입장을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고 차관은 이어 시행 초기 신고누락 등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처벌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세무조사가 종교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종교활동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는 예정대로 내년 종교인 과세 시행에 맞춰 준비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제도 시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각종 신고누락이나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에 대한 처벌 등과 관련해서는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교회 공동 태스크포스(TF) 측은 정부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면서 과세를 시범 시행하거나 시행을 1년이라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F는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의 과세항목 세부기준안이 '종교인 소득 과세'라는 입법 취지를 무시한 '종교 과세'라며 종교인에 대한 사례비와 급여 소득 등 순수 소득만 과세항목으로 정할 것을 기재부에 요구했다.

또 현재의 소득세법 구조에서는 종교인에 대한 탈세 조사가 종교단체에 대한 사찰로 갈 수 있다며 세무조사 우려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고 TF 측은 전했다.





고 차관은 앞서 열린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그간 개신교가 새로운 과세 시행에 대해 정부가 미처 생각 못 한 좋은 의견을 많이 줬다"며 "(이번에도) 새로운 의견이 제시될 경우 성심을 다해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도 종교의 순기능에 대해 인식하고 있고 이번 과세로 인해 종교인 여러분의 자긍심이 상처 입는 일이 결코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정부도 진정성을 가지고 주시는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개신교 측도 간담회에서 종교인 과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인 정서영 목사는 "항간에서는 목사가 세금을 내지 않으려 한다는 기사가 많이 나가고 오해를 받고 있다"며 "사실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목사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정 목사는 "이번 자리로 우리의 오해를 풀고 기왕에 세금을 낸다면 아주 합리적인 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공동 태스크포스(TF)의 대표위원장인 권태진 목사는 "종교인도 다 국민이고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자"라며 "천만 성도의 대표로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에서 종교 권리가 존중되고 국가 관점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 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전 교단을 아우르는 종교인 과세 토론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개신교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토론회 개최가 무산됐으며, 이날 개신교만을 상대로 별도 간담회를 열었다.

정부는 2015년 기타 소득 항목에 종교인 소득을 추가했으며 내년 1월 1일부터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소득세법을 개정하는 등 준비작업에 나서고 있다.

회의에 참가한 TF 관계자는 "기재부는 이번 회의에서도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이번 주말까지 몇 가지 항목에 대해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만 했다"며 "준비가 너무 안 돼 있어 우선 대상을 한정해 시범 시행하든지 시행을 최소한 1년이라도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에 적극 건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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