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딸 없이,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미국 유학길에 오른지 한 달 반 만에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태평양을 건넜던 중국인 부모가 5개월여 만에 빈 가슴을 안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13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일리노이 뉴스-가제트는 대학 측 발표를 인용, 지난 6월초 일리노이 주 대학도시 어바나-샴페인에서 실종된 중국인 유학생 장잉잉(26)씨의 부모와 친인척들이 전날 일단 중국으로 돌아갔다며 "장씨 어머니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수사 결과를 한없이 기다리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사당국은 사건 발생 3주 만에 일리노이대학 석사과정 졸업생 브렌트 크리스천슨(27)을 장씨 납치 용의자로 체포하고 장씨가 살해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장씨의 유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크리스천슨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크리스천슨 변호인단은 "'장씨 닮은 사람을 봤다'는 목격자 증언이 여러 차례(several) 나왔다"며 "재판을 내년 10월 이후로 미뤄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고려 중이다.
대학 측은 장씨 부모가 딸의 물품을 그대로 남겨둔 채 떠났으며 "사건 수사에 괄목할 만한 진척이 생기면 돌아오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난평에서 공장 운전기사로 일하는 장씨의 아버지 장영고(53)씨는 사건 발생 직후 미국으로 달려왔고, 어머니 리펑 예씨도 곧 뒤따라 와 대학 인근에 머물면서 딸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려왔다.
트리뷴은 장씨의 아버지가 거의 매일 숙소에서부터 딸이 살던 아파트까지 걸어가 딸이 불쑥 나타나 주길 기다리곤 했다며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고 전언했다.
귀국 결정 후 남편과 함께 딸의 아파트를 마지막으로 찾은 장씨의 어머니는 "가끔 꿈속에서 딸을 본다. 꿈속에서 딸은 나와 함께 있다"면서 "우리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딸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중국 푸젠성 출신의 장씨는 베이징대학에서 환경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명문 주립대 일리노이대학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지난 4월 24일 미국에 도착했다. 대학 측은 장씨가 이번 학기부터 박사과정을 밟을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 6월 9일 오후, 캠퍼스 인근 도로변에서 검은색 승용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폐쇄회로 TV에 잡힌 것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FBI는 차량 운전자가 장씨를 꾀어 납치한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였으며, 지난 6월30일 크리스천슨을 용의자로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중국인들은 물론 미국에 유학생을 둔 가족들의 관심을 모았다. 트리뷴에 따르면 일리노이대학에는 현재 5천600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으로 미국내 어느 대학 보다 그 수가 많다.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목격자 현상금, 변호인 선임, 장씨 가족 미국 체류비용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온라인기금모금사이트 '고펀드미닷컴'(GoFundMe.com) 계정에는 15만5천 달러(약 1억7천만 원)가 모금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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