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IP 지시사항' 전달자로 의심…軍에 회의소집 요청하기도
'軍 정치공작' MB 개입 밝힐 핵심인물…檢, 조만간 소환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수행할 요원을 선발하면서 호남 등 특정 지역 출신 지원자를 배제한 사실과 관련해 검찰이 김태효 전 청와대 비서관의 개입 정황을 포착하고 조만간 김 전 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을 지낸 김 전 비서관이 사이버사의 정치공작에 관여한 혐의점을 잡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김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부터 청와대 참모진에 합류해 2012년까지 대외전략비서관, 대외전략기획관을 지냈다.
검찰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사이버사령부 산하 심리전단 요원을 증원하는 과정에서 김 전 비서관이 '우리 사람을 뽑아라'라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군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채널'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이버사의 정치공작에 이 전 대통령의 지시·관여가 있었는지를 밝힐 핵심 인물로 그가 꼽히는 이유다.
앞서 '국방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태스크포스(TF)'는 내부 조사에서 2012년 7월 사이버사령부가 댓글 공작에 투입할 군무원 증원을 추진할 당시 작성한 문건을 발견했다. 이 문건에는 '우리 사람을 철저하게 가려 뽑아야 한다'는 취지의 'VIP(대통령) 강조사항'이 기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사이버사령부는 대선을 앞둔 2012년 7월 예년의 10배에 가까운 79명을 선발했다. 이 중 47명이 노골적인 정치 활동 개입 활동을 한 의혹을 받는 530심리전단에 배속됐다.
검찰은 증원 과정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정치성향 파악을 철저히 하는 것과 더불어 호남 출신 지원자 등을 배제하도록 지시한 정황을 파악했다. 실제로 호남 출신 지원자들이 서류 심사 과정에서 대거 탈락했고, 일부 면접에 올라간 이들도 '압박 면접'으로 최하점을 줘 탈락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이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우리 사람을 뽑아라'라는 지시를 받고 증원 관련 회의에 참석해 이를 'VIP 강조사항'으로 군 관계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태효 당시 대외전략기획관 요청으로 청와대와 군 관계자들이 회의를 열어 사이버사 증원 등을 논했다는 내용이 담긴 군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검찰은 심리전단 요원 선발 시 특정 지역 출신 인사를 배제하고 내부기준을 어겨 신원조회 기준을 상향한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난 11일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장관의 혐의사실에 이를 포함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거친 뒤 이르면 이번 주 중 김 전 비서관을 비롯한 당시 청와대 보고라인 주요 인사를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국정원과 군의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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