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두 차례 반복되는 낙뢰 화재…방지시설 설치 안해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유류 물질을 다루는 SK인천석유화학 공장에서 낙뢰로 인한 화재가 되풀이되자 안전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인천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0분께 서구 원창동 SK인천석유화학 폐수처리장 내 지름 50m 크기의 구덩이에서 불이 나 17분 만에 진화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인근에 송유관 라인이 있어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뻔한 상황이었다.
낙뢰가 구덩이 내 유류 폐기물 저장소의 알루미늄 덮개에 떨어져 불이 난 뒤 저장소 주변의 유류 찌꺼기와 반응해 확대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이 폐수처리장에는 작년 9월에도 낙뢰가 떨어져 불이 났다.
이후 SK인천석유화학 측은 낙뢰를 막을 수 있도록 철판으로 된 폐수처리장 상부를 콘크리트로 덮기로 했지만, 1년여가 지나간 지난달 22일에야 공사에 착수했다.
그나마도 전날 또다시 낙뢰로 인한 불이 나면서 덮개 공사는 중단됐다. 준공 시기도 다음 달에서 내년 초로 미뤄졌다.
불이 난 폐수처리장에는 낙뢰를 땅으로 흘려보내는 접지선이 깔렸지만, 이번 피해를 막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보완 공사가 늦춰진 이유에 대해 "전문 기관에 화재 원인 조사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악취 민원이 많은 여름철을 피해 공사를 시작하다 보니 이번 겨울로 착공 시기가 미뤄졌다"고 해명했다.
이어 "접지선이 깔렸는데도 낙뢰 피해를 막지 못한 이유는 정확한 원인 조사가 끝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제대로 된 보완 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낙뢰 피해를 막지 못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석남동 범주민대책위원회는 전날 밤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을 직접 찾아 항의하기도 했다.
범주민대책위 관계자는 "3개월마다 하는 민관합동점검에서 SK 측에 계속 시설 보수를 요청했지만, 지난달에야 공사를 시작했다"며 "사고에 대비한 비상 대응 매뉴얼을 주민과 공유하자고 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SK인천석유화학 측은 화재·폭발 사고에 대한 비상 대응 절차는 충실히 지켰다는 입장이다.
공장 자체 비상 대응 절차에 따르면 최초 화재 목격자가 자체 소방대에 신고한 뒤 초기 대응을 하면서 관할 소방서에 신고하게 돼 있다.
SK인천석유화학 측은 전날 오후 9시 10분께 불이 난 것을 확인한 지 12분 만인 오후 9시 22분께 인천 서부소방서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화재 진압은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다만 덮개 보수 작업 중 낙뢰 피해가 또다시 벌어져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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