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콜택시 기사 장애인 부축하며 암암리 성추행"

입력 2017-11-14 15:24  

"교통약자 콜택시 기사 장애인 부축하며 암암리 성추행"

경남장애인인권센터 회견 "야동 보고 성희롱 예사…불이익 받을까봐 신고 못해"

경찰은 늑장조사…시·위탁업체 뒤늦게 매뉴얼 만들고 해당 기사 배차금지




(김해=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경남 창원에 사는 20대 중증 뇌병변장애인 A 씨는 30㎞가량 떨어진 김해에 있는 회사에 출·퇴근하기 위해 항상 교통약자 콜택시를 이용해야 했다.

A 씨는 어느 날 승차 할 때 콜택시 기사 B 씨가 한 쪽 손으로 부축해주는 척하다 다른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하차하려고 할 때는 다시 부축하면서 엉덩이를 만졌다. 성추행이었다.

B 씨는 이후에도 유사한 형태로 성추행을 계속했다.

기사 C 씨는 생리 기간일 때면 "오늘 생리하느냐?"라고 물으며 성희롱을 했다.

A 씨는 B 씨 등 2명의 기사로부터 2014년부터 지난 4월 초까지 3년간 이런 성적 굴욕감과 수치심에 시달려야 했다.

경남·김해·김해서부·창원장애인인권센터와 마산·밀양·진해·통영장애인인권센터는 14일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A 씨의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이 단체는 중증장애인의 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교통약자 콜택시 안에서 이용자와 콜택시 기사 사이에 이런 성폭력이 암암리에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 측은 "여성 중증장애인은 이동에 대한 선택권이 제한된 사회적 환경 때문에 대부분 콜택시를 이용해야 이동이 가능하고 피해 사실이 있어도 이용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성폭력 피해 신고는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센터 측은 콜택시를 이용하는 여성장애인들의 추가 피해사례도 공개했다.

어떤 콜택시 기사는 이용자를 기다리는 동안 야동을 보다가 이용자가 차량에 탑승했는데도 계속해서 야동을 보며 수치심을 줬다.

여성장애인에게 직접 "나랑 한번 사귀자."라며 성희롱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센터 측은 "밀폐된 차 안에서 발생한 경우 피해자들은 객관적인 증거수집이 어렵다"며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지만 작동이 안되는 경우가 많고 피해를 콜택시 위탁업체에 신고해도 성폭력 피해지원대책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 장애여성인 A 씨는 지난 4월 회사를 그만둔 후 혼자서 고민하다 지난 8월 창원장애인인권센터를 찾아 성폭력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센터 측은 즉시 A 씨와 함께 창원중부경찰서를 찾아 피해신고를 했지만, 경찰 조사도 차일피일 늦어졌다.

해당 경찰서는 피해신고를 접수한 후 2개월간 미루다 지난달 11일 경남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에 관련 사건을 이첩했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경남경찰청 조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김해시와 위탁업체도 뒤늦게 움직였다.

시는 센터 측의 계속된 항의와 경찰 조사가 이뤄지자 '성희롱 대처 매뉴얼'을 만들었다.

김해시 교통약자 콜택시는 2009년부터 시행됐다.

시가 8년 만에 처음으로 교통약자인 장애인 성희롱 예방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교통약자 콜택시 위탁업체도 경찰이 조사에 나서자 최근 해당 기사 2명에 대해 배차금지 조치했다.

콜택시 위탁업체 관계자는 "해당 기사들 조사를 했으나 승·하차 때 도와준 것밖에 없고 절대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원장애인인권센터 황현녀 소장은 "피해여성은 콜택시를 이용하다 다시 유사한 성폭력 피해를 보지 않을까 불안과 두려움 속에 지낸다"며 "성추행 사건을 맡았던 경찰서가 조사를 차일피일 미룬 것도 화나지만, 시와 위탁업체의 안일한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황 소장은 "교통약자이자 심신장애인에게 암암리에 벌어지는 성폭력 피해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지자체가 교통약자 콜택시 성폭력 근절 조치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김해시에는 모두 50대의 교통약자 콜택시가 24시간 운행중이며 기사는 50명이 배치돼 있다.

콜택시는 하루에 대당 5명의 장애인이 이용하고 있다.






choi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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