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가운데 첫 '지배 지분 확보' 방침 표명
中 정부, '자존심' 문제로 금융시장 개방 뒤늦게 밝혀
(서울·홍콩=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의 빗장을 풀기로 하자 모건스탠리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1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를 이끄는 제임스 고먼 최고경영자(CEO)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중국과 합작으로 설립한 투자은행(IB) 지분을 51%로 확대해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먼 CEO는 합작사인 모건스탠리 화신증권의 지분을 현재의 49%에서 51%로 올릴 것인지를 묻는 말에 "분명히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중국 측의 금융시장 개방은 "내게 뜻밖의 선물이었다"고 말하고 "우리는 얼마 전 지분을 49%로 높였지만 미리 알았더라면 추가로 2%의 지분을 취득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0일 주광야오(朱光耀) 재정부 부부장의 브리핑을 통해 새로운 조치를 밝힌 이후 글로벌 IB 가운데 과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모건스탠리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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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은행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 제한을 철폐하고 증권사와 선물, 자산운용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 합산 상한도 현행 49%에서 51%로 올린 뒤 3년 후에는 상한선 자체를 아예 없앤다는 것이 금융시장 추가 개방의 골자다.
그간 글로벌 IB는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사업할 수 없고 반드시 현지 증권사와 합작하는 형태로만 이를 추진할 수 있게 돼 있고 지분도 49% 이내로 묶여 있는 상태였다.
모건스탠리는 1995년에 중국 건설은행을 포함한 중국 측 파트너들과 손잡고 중국 최초의 합자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를 설립한 바 있고 당초에는 합작사의 CEO 선임권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 초 그 권리를 상실하자 2010년 지분을 매각했고 2011년 화신증권과 새로 손을 잡았다. 모건스탠리는 33%였던 지분을 올해 들어 49%로 끌어올렸다.
경영권이 없다는 것은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해묵은 불만이었다. 금융 컨설턴트인 벤자민 퀸랜은 이 때문에 글로벌 IB들은 합작사를 글로벌 사업에 통합하는 데 애를 먹는 실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합작사를 처분한 것도 이런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BNP파리바는 지난 2007년 합작 투자은행인 BNP파리바 페레그린증권의 지분을 중국 측 파트너였던 창장증권에 매각했다. 당시 BNP파리바의 한 관계자는 업무관계의 애로를 매각의 이유라고 밝혔다.
한편 SCMP는 중국을 방문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떠난 10일 오후에야 중국 정부가 이 같은 금융시장 개방 방침을 밝힌 것은 일종의 '자존심'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민대 진창룽 교수는 "그것(금융시장 개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선물이 됐겠지만, 중국 정부는 국내에서 고조되는 민족주의 등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금융시장 개방을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애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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