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최이락 김병규 특파원 =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도쿄지사가 14일 희망의당 대표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하순 희망의당 창당과 함께 10·22 총선에서 정권 창출을 노렸던 고이케 지사의 '희망'은 채 두달도 못돼 물거품으로 막을 내렸다.
NHK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고이케 대표는 이날 중·참의원 총회에서 "대표의 자리에서 내려와 여러분을 지원하고 싶다"고 사임을 표명하며 지난주 공동대표로 선출된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의원에게 뒤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총회 후 기자들에게 "다마키 공동대표 주관으로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을 확인하고 창업자로서 책임 하나를 끝냈다"며 도쿄도지사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형식상으로는 도쿄도정을 위해 대표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지만, 고이케 지사는 사실상 10·22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고이케 대표는 지난 9월 희망의당을 창당한 뒤 대표로 취임해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민진당 대표와 10·22 총선 공동 대응에 합의했고, 일본 정계의 태풍의 눈이 됐다.
한동안 고이케 열풍이 거셌지만 이후 민진당 대표나 총리 출신 의원을 신당의 공천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의 방침을 밝히면서 지지층이 급속도로 이탈했고, 10·22 총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민당과 연립 공명당에 대패했다.
희망의당은 총선에서 50석을 획득하는데 그쳐 선거 전 의석수 57석에 크게 미달한 것은 물론 민진당내 진보·개혁 성향 의원들로 창당한 입헌민주당의 의석(55석)에도 미치지 못했다.
선거 참패 이후 한달 사이 정당 지지율은 급락해 13일 발표된 산케이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3.9%까지 내려갔다. 같은날 실시된 도쿄도의 기초의회 가쓰시카(葛飾)구의회 선거에서는 희망의당이 후보로 내세운 5명 중 4명이 무더기로 탈락하는 참패를 거두기도 했다.
이에 희망의당 내에서는 고이케 지사의 대표직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고이케 지사가 도정에 전념할 계획을 강조했지만, 도정에서 연대하기로 한 공명당과의 사이에 금이 간 만큼 도쿄도정도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도의회의 공명당 간부는 이날 고이케 지사의 사임 표명 후 기자들에게 "고이케 지사는 도쿄도정을 발판으로 사용했다. 앞으로는 사안별로 (고이케 지사의 도쿄도의회 조직인) 도민퍼스트와의 협력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연대 관계를 끊을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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