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 인상적 선방 한 차례…러시아 본선 무대 출전 기대감 높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골키퍼 조현우(26·대구FC)가 A매치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조현우는 14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부상 중인 김승규(빗셀 고베)를 대신해 대표팀의 수문장으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했다.
생애 첫 A매치였지만 긴장된 기색 없는 침착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전반 14분 세르비아의 코너킥을 앞으로 달려 나와 펀칭으로 쳐내며 몸을 푼 조현우는 전반 28분 위기 상황에서 K리그에서 여러 차례 선보였던 빛나는 선방 능력을 뽐냈다.
세르비아는 골대 정면 페널티 아크 안쪽 절묘한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아뎀 랴이치(토리노)는 수비벽을 넘겨 골대 왼쪽 상단을 바로 공략했다.
랴이치의 슈팅은 빠르고 날카로웠지만, 방향을 정확히 예측한 '거미손' 조현우의 왼손에 제대로 걸렸다. 이른 실점 위기를 막은 슈퍼 세이브였다.
그는 그러나 후반 랴이치에게 결국 한 골을 허용하며 A매치 데뷔전을 무실점 경기로 마치는 데에는 실패했다.
또 이날 교체 출전해 역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세르비아 골키퍼 마르코 드미트로비치의 후반전 눈부신 선방 쇼에 다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긴 했지만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활약이었다.
여러 차례 연령대별 대표팀에 발탁됐던 조현우는 선문대를 거쳐 2013년 대구FC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이듬해 2부 리그의 챌린지로 강등된 대구가 지난 시즌 클래식 승격에 성공하고, 이번 시즌 잔류에 성공하는 데에도 조현우의 역할은 컸다.
이번 시즌 대구는 8위에 그쳤으나, 조현우는 총 9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아 수원 삼성의 신화용(13경기) 골키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탁월한 반사신경과 긴 팔을 활용한 슈퍼 세이브를 자주 선보이는 그에게 K리그 팬들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와 대구를 합쳐 '대 헤아'라는 별명을 붙였다.
성인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것은 지난 2015년 11월이었다.
그때도 조현우에게 기회를 준 것은 김승규였다.
러시아월드컵 동남아 원정 예선을 앞둔 대표팀 소집 기간 김승규가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입소하면서 당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조현우를 발탁했다.
그러나 동남아 원정에서 골키퍼 장갑은 권순태에게 돌아갔고, 이후에도 조현우는 대표팀에 단골로 불려 나갔으나 출전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조현우는 경기 후 "그라운드에 서 보니 쉽지 않았다"면서 "내게는 잊지 못할 경험이자, 추억이었다"고 데뷔전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실점을 하고 마음이 아팠지만, 90분은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좀 더 과감하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조금 있다"며 이날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50점"이라고 했다.
아내 생일에 A매치 데뷔전을 하게 됐다는 그는 "오늘 경기를 발판 삼아 다음 경기에서는 다 막아 승리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승규의 발목 부상으로 마침내 기회를 얻은 조현우는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기회를 잘 살려내며 러시아 본선 무대에서의 출전 기대감을 높였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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