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km 날면 몸무게 절반으로…그래도 큰뒷부리도요는 난다

입력 2017-11-15 10:07   수정 2017-11-15 11:46

1만km 날면 몸무게 절반으로…그래도 큰뒷부리도요는 난다

美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 '귀소본능'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큰뒷부리도요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알래스카를 떠나 쉬지 않고 호주·뉴질랜드 일대까지 날아간다.

1만km를 훌쩍 넘는 태평양 횡단을 끝내고 나면, 새의 몸무게는 절반이 된다.

체내 에너지를 다 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근육과 내장 등 뇌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신체기관이 극단적으로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신간 '귀소본능'(더숲 펴냄)은 큰뒷부리도요를 비롯해 동물들이 '극한'의 경험까지 감수해가며 어떻게 자신의 삶터를 조성하고, 또 그곳을 다시 찾아내는지를 탐사한 책이다.

저자인 베른트 하인리히(77)는 '뒤영벌의 경제학'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미국의 유명 생물학자다.

뒤영벌과 큰까마귀 등의 행동 연구에 힘쓰던 저자가 특별히 귀소성을 주목한 것은 자신도 버몬트대 교수직에서 퇴임 후 귀향을 고민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저자 고향인 메인 주는 미국에서 가장 큰 삼림지대로, 소로와 니어링 등 많은 자연주의자의 사랑을 받았던 지역이다.

그는 독일의 오두막을 떠나왔던 10살 때부터 대학 시절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귀소성은 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이동하고, 그렇게 찾아낸 곳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만들고, 떠나갔던 보금자리를 찾아 되돌아오는 능력을 총체적으로 칭한다.

문명의 시대에도 찬탄을 자아내는 동물의 귀소 메커니즘에는 인간에게는 부족한 감각 능력과 신경 처리 과정이 포함돼 있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동물마다 고유한 양식을 보이는 집 짓기를 주목한다. 세대 간 공통분모를 만드는 수단이면서, 진정한 의미의 사회생활 양식을 끌어낸다는 점에서다.

책은 보금자리로 돌아오고자 극한 비행을 감수하는 큰뒷부리도요 못지않게, 아비새처럼 보금자리를 지켜내고자 위험도 마다치 않는 동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귀소성을 탐구하는 일은 동물의 양태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진화와도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어떠한 생존 방식이 효과를 거뒀는지, 일종의 검증을 거쳐 후대로 전해졌는지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인간에게 집이 단순한 공간 이상의 소중한 존재인 것처럼, 동물에게도 보금자리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주는 책이다.

"숨 쉬는 공기, 그릇에 담긴 먹이와 물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것이 결핍된 우리에 동물을 가둘 때, 수많은 동물 종에게 삶의 터전이나 다름없는 서식지를 파괴할 때조차 인간은 동물의 '집'에 대해 별생각이 없다."

이경아 옮김. 462쪽. 1만8천 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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