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국내 최초 살아있는 사람 폐 이식 성공

입력 2017-11-15 15:57   수정 2017-11-15 20:13

서울아산병원, 국내 최초 살아있는 사람 폐 이식 성공

폐부전으로 심장 멈췄던 20대 딸에게 부모 폐 일부 이식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국내 의료진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생체 폐 이식에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 이식팀은 지난달 21일 말기 폐부전으로 폐의 기능을 모두 잃은 오화진 씨(20·여)에게 아버지 오승택 씨(55)의 오른쪽 폐 아랫부분과 어머니 김해영 씨(49)의 왼쪽 폐 아랫부분을 떼어 이식해주는 생체 폐 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15일 밝혔다.

우리 몸의 폐는 우측은 세 개, 좌측은 두 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폐암 환자들이 폐 일부를 절제하고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것처럼 생체 폐 이식은 기증자 두 명의 폐 일부를 각각 떼어 폐부전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안전한 수술방법이다.

아산병원에 따르면 오 씨는 2014년 갑자기 숨이 쉽게 차고, 체중이 증가하면서 몸이 붓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폐동맥 혈압이 높아져 폐동맥이 두꺼워지고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내보내기 어려워져 결국 심장 기능까지 떨어지는 질환인 '특발성 폐 고혈압증'이었다.

작년 7월 오 씨는 심장이 정지되는 위험에 빠졌으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 다시 심장마비가 온다면 소생 확률이 20%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국내 이식수술 규정상 뇌사자의 폐를 이식받으려면 인공호흡기·에크모(ECMO) 장비 등을 장착할 정도로 몸 상태가 심각한 환자만 가능하다. 살아있는 사람의 폐는 기증받을 수 없는 관계로 이식할 수 있는 폐가 워낙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립장기이식센터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뇌사자의 폐를 기증받기 위해 평균 대기기간은 1천456일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산병원에서만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뇌사자 폐이실 대기자 68명 중 사망한 환자 수가 32명에 이를 정도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오 씨의 부모는 일본에서 생체 폐 이식으로 명성이 높은 교토의대 병원의 히로시 다떼(Hiroshi Date) 교수에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시도하기도 했다.

때마침 아산병원 폐 이식팀은 폐 이식을 대기하고 있는 딸을 살리기 위해 병원을 찾아온 오 씨 부모를 만났고, 부모의 간절한 요청을 듣게 됐다.

아산병원 폐 이식팀은 오 씨 부모가 접촉한 히로시 다떼 교수를 지난 2008년부터 찾아가 수차례 생체 폐 이식 수술법을 전수받은 경험이 있다.

아산병원 폐 이식팀은 대안을 찾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현행법상 폐는 생체 이식 대상 신체 부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1조를 보면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적출할 수 있는 장기는 ▲ 정상인 신장 2개 중 1개 ▲ 간장·골수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기 등은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일부로 돼 있다.

그러나 아산병원 폐 이식팀은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 오 씨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생체 폐 이식 진행을 대한흉부외과학회·대한이식학회에 의료윤리적 검토를 의뢰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기관·국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대한이식학회에 보고해 오 씨를 위한 생체 폐 이식 수술의 불가피성을 한 단계씩 설득해 나갔다.

다행히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아산병원 폐 이식팀은 지난달 오 씨 아버지의 우측 아래 폐와 어머니의 좌측 아래 패를 떼어내 이식하는 수술에 무사히 성공했다.

중환자실 집중치료를 받은 후 오 씨는 6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이달 6일 일반병동으로 옮겨지는 등 현재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딸을 위해 폐의 일부를 기증했던 오 씨의 부모도 수술 후 6일 만에 퇴원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한 박승일 흉부외과 교수는 "생체 폐 이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뇌사자 폐 이식을 기다리다 상태가 악화해 사망하는 환자를 비롯해 소아 환자들에게 또 다른 치료방법을 제시한 중요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k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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