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 인권만큼 병역의무자도 소외돼선 안돼"

입력 2017-11-15 11:38  

"양심적 병역거부자 인권만큼 병역의무자도 소외돼선 안돼"

'여호와의 증인' 신도 무죄 선고한 부산지법 판사 권고 글 눈길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선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한 판사가 병역의무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신도 2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밝힌 권고문이 눈길을 끈다.


부산지법 형사9단독 이승훈 판사는 현역입영 통지를 받고도 정해진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A(21) 씨 등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국방의 의무는 총을 드는 병역의무에 한정되지 않고 민주공화국의 참된 가치와 이상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도 포함된다"며 "현 병역법은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입영하거나, 형사처벌을 감수하는 것만 가능해 어떤 선택 시에도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현행 병역법은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제와 같은) 국가에 헌신할 최소한의 전제조건도 없이 국가에 헌신할 것만 강요하고 있다"며 "총을 드는 병역의무는 이행할 수 없으나 다른 방법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할 의지를 밝힌 채 병역을 거부한 이 씨 등은 병역법이 정한 병역 기피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병역의무 이행자가 공존하는 대체복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법부와 행정부에 권고했다.

이 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서 군 복무 여건 개선이나 병역의무자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 없다면 대한민국을 지키려고 죽음까지 불사하기로 한 다수의 양심적 병역의무 이행자는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반면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과 군 복무 여건의 획기적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법치의 혜택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입법부와 행정부는 대체복무제를 마련할 때 병역의무 이행과의 형평성 확보,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려낼 방안, 대체복무로 인한 병력부족 우려 해소·군 정예화, 군 복무 여건의 획기적인 개선, 제대 후 합리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해 다수의 양심적 병역의무 이행자와 소수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모두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 1·2심 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는 52건에 이른다.

올해 무죄 선고 건수만 지난 14일 부산지법·의정부지법의 판결 3건을 포함해 39건으로 급증했다.

이 때문에 정부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는 국제앰네스티, 민변 등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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