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상장사 외형 성장 견인…IT·반도체 '쏠림' 여전

입력 2017-11-15 12:00   수정 2017-11-15 12:08

수출이 상장사 외형 성장 견인…IT·반도체 '쏠림' 여전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권수현 전명훈 기자 = 올해 3분기에 상장사들의 외형과 이익 동반 증가세가 이어졌다.

수출 호조로 대형 경기민감 업종을 위주로 실적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외형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전문가들은 역대 최대 분기 실적 달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보기술(IT)·반도체 업종에 실적 개선이 편중된 점은 여전히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런 특정 업종 '쏠림' 현상이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과 4분기 이후로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함께 나왔다.



◇ 외형·이익 동반 성장 지속

올해 들어 상장사들의 외형과 이익이 같이 좋아지는 추세는 3분기에도 계속됐다.

15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25개사(연결 재무제표 제출 613개사 중 금융업 등 88개사 제외)의 연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1천350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0.59% 늘었다.

영업이익은 120조원, 당기순이익은 93조원으로 각각 27.66%, 34.15% 증가해 더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익지표도 개선돼 코스피 상장사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8.93%, 매출액 순이익률은 6.86%로 작년 동기 대비 1.19%p와 1.20%p 상승했다.

3분기만 따로 놓고 보면 코스피 상장사 매출액이 464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3.53% 늘었고 영업이익은 43조원, 순이익은 32조원으로 각각 10.11%와 11.01% 증가했다.

2분기에 코스피 상장사의 전분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1%대에 그쳤고 순이익은 8% 넘게 감소했던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성과다.

3분기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9.26%, 매출액 순이익률은 6.93%로 전 분기보다 각각 0.55%p, 0.47%p 올랐다.

상장사들이 1천원짜리 상품을 팔았을 때 약 93원의 영업이익을 남기고 이 중에서 70원가량을 손에 쥐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올해 3분기 실적이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에 해당한다며 이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순이익이 130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은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들어 이어진 경기 개선세와 양호한 수출 흐름이 상장사의 실적 데이터로 나타나고 있다"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망치와 거의 비슷한데 매출액이 전망치보다 2%가량 높게 나온 점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한 달 전 예상과 큰 차이 없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실적시즌이 시작되면서 코스피도 한 단계 올라선 것"이라며 "코스피 순이익이 올해 3분기까지 93조원이면 연간 기준 130조∼140조원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올해 누적 실적도 증가했으나 분기 실적은 주춤했다.

분석 대상 779개사의 1∼3분기 매출액은 116조73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1.51% 늘었고 영업이익은 21.29%, 순이익은 48.44% 불어났다.

다만 3분기 실적만 보면 매출액은 39조6천878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0.80% 줄었다. 영업이익은 0.43% 늘었으나 순이익은 22.17%나 감소했다.



◇ 여전한 IT 쏠림…"계속된다" vs "온기 퍼진다"

IT와 금융 등 일부 업종에 이익 성장세가 쏠린 점은 여전히 문제였다.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1∼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9.72% 늘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25%, 17.37% 증가했다.

이는 삼성전자를 포함했을 때와 비교하면 매출액 증가율은 비슷한 수준이나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은 한참 낮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IT 업종의 이익 성장세가 더 가팔랐다.

개별 기준으로 IT 업종 389개사의 1∼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47.45% 늘었고 순이익은 99.11% 증가했다.

이런 편중 현상이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점차 완화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오현성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실적 자체는 우수하나 반도체로 대표되는 IT 업종에 쏠렸다. IT를 빼고 보면 '빛 좋은 개살구'"라며 "수출 관련 경기 민감 주는 실적이 나아졌지만 체감경기에 밀접한 내수 기업의 실적 회복은 아직 더디다"고 분석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분기 최대 실적을 냈으나 반도체 등 일부 업종으로의 쏠림으로 한계가 있다. (IT·반도체의) 실적 개선이 전반적으로 퍼지지 않은 상태에서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지나갈 수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IT 대형주 쏠림 현상이 여전한데 (해당 업종의 성장세가) 경제 전반으로 퍼질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T 업종으로 쏠렸던 '온기'가 조금씩 다른 업종으로도 확산하는 모습이 이미 조금씩 나타나고 있으며 4분기 이후 내년까지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IT업종의 비중이 크기는 하지만 시장 예상보다 나머지 업종 기업의 이익이 양호하다는 데에 시사점이 있다. 내년에도 IT 쪽 실적이 양호하겠으나 나머지 분야에서도 실적 개선이 이뤄지며 이익이 분산되고 주가도 고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엿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도 "IT업종을 제외해도 3분기 실적이 작년 동기 대비 개선된 업종이 꽤 많다. 소재와 에너지, 산업재, 헬스케어 등 의료 관련 업종과 금융도 흐름이 괜찮다"며 "내년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IT 대형주 실적 증가폭이 올해보다는 크지 않겠지만 다른 업종들의 실적 기여도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nishmo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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