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언론기고·공식행사 참석…재임용 분위기 조성하나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관영지가 퇴임한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극찬하는 글을 게재하면서 '왕치산 재중용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의 시사잡지 '환구인물'은 15일 '라오왕(老王·왕치산)에 경의를'이라는 글에서 왕 전 서기의 반부패 투쟁 업무성과를 격찬하며 "그의 강인함, 재능, 성정, 경험, 사고 모두 돌이켜 음미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잡지는 "공개활동이나 회의 개최, 공문 발송을 최소화하고도 그토록 오랜 기간 통제 불능의 당 기풍을 잡았다"며 "지난 5년간 성역 없이, 모든 영역에 걸친 용서 없는 반부패 투쟁은 왕치산의 개인 풍모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고 전했다.
중국내 최대 발행부수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시사잡지가 막 퇴임한 상무위원 개인을 이처럼 격찬하는 것도 전례없는 일이다.
올해 69세의 왕치산 전 서기는 지난달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상무위원에 유임하지 않고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자리를 자오러지(趙樂際)에게 넘겼다.
공식적 퇴임에도 중국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왕치산의 재등용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왕치산이 앞으로 국가부주석으로 선임돼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외교안보 영역에서 업무보조를 맞추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홍콩 성도(星島)일보는 과거 왕전(王震), 룽이런(榮毅仁) 등 정치국원이 아닌 당 원로들이 국가부주석을 맡은 전례를 상기시키며 왕치산이 시 주석의 강력한 요청으로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부주석에 취임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왕치산이 내년 3월 출범하는 국가감찰위원회의 명예직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왕치산은 퇴임 후에도 중국 관영매체에 빈번히 이름을 노출시키며 여전히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고 있다.
왕치산은 앞서 지난 7일 인민일보에 '신시대의 개막, 새로운 노정에 올라야' 기고문을 통해 "지난 5년의 반부패 정풍은 시진핑의 공로로 귀결된다"며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은 19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재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9일에도 왕치산은 모교인 베이징35중학의 개교기념일 행사에 참가한데 이어 저녁에는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환영만찬에 참석한 모습이 중국중앙(CC)TV 화면에 나왔다.
이처럼 잦은 출현은 시진핑 지도부가 왕치산 재임용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하지만 한 내부소식통은 "왕치산이 지난 5년간 쌓은 명망은 정점에 올라있는 상황"이라며 "명리에 담박한 그의 성품이 국가부주석 임명을 원치 않을 것이고 이름 뿐인 국가감찰위 직책도 맡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관영매체에 나오는 왕치산의 동향은 모두 당국이 통일 안배한 전임 지도부의 활동에 공동 참여한 것일 뿐"이라며 "이를 통해 왕치산의 거취를 판단하는 것은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왕치산의 인민일보 기고도 6일 류윈산(劉雲山), 8일 장가오리(張高麗) 전 상무위원의 기고문 사이에 끼어있는 것 뿐이고 9일 환영만찬 참석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강조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왕치산의 향후 거취에 대한 중국내 여론의 관심은 여전하다. 시 주석의 든든한 오른팔로서 시진핑 2기 권력의 발판을 마련한 성과와 실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다른 쓰임새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제기된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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