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도 입학 절벽'…무더기 미달 사태 피할 수 없을 듯

입력 2017-11-16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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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도 입학 절벽'…무더기 미달 사태 피할 수 없을 듯

모집 정원 > 중3 졸업자 '역전현상'…농촌 특성화고 상황 심각

학교 길거리 홍보·시내버스 광고 등 자구책 마련 골몰

(전국종합=연합뉴스) 인구 감소로 파생되는 사회문제 중 하나인 '입학 절벽'이 대학에서 고교로 전이되는 모양새다.

농촌지역 특성화고를 비롯해 농어촌지역을 낀 광역도 단위 지역 내 고교의 신입생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고등학교 모집 인원보다 중3 졸업생 수가 적은 역전현상이 더 심해져 특성화고뿐만 아니라 일반고 미달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 고교 모집 정원 > 중3 졸업예정자…역전현상 심화

각 지역 교육청에 따르면 출산율 저하 등의 영향으로 고등학교 모집 인원보다 중3 졸업예정자의 숫자가 적은 역전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의 경우 2018학년도 고교 신입생 정원은 1만9천154명이지만, 중학교 3학년 졸업예정자는 1만6천770명에 불과하다. 신입생 정원보다 졸업예정자가 2천384명이 부족하다.

지난해에는 고교 신입생 정원이 2만1천191명, 중3 졸업예정자는 1만9천321명으로 1천870명이 부족했다.

고교 신입생 정원과 비교해 중학생 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 신입생 미충원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남도교육청의 중3 졸업예정자 전망을 보면 2019학년도 1만6천483명, 2020학년도 1만5천865명, 2021학년도 1만4천539명 등으로 점진적인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 지역을 낀 광역단체는 대부분 이런 흐름이다.

강원도의 고교 신입생 정원은 1만5천198명인데 중3 졸업예정자 수는 1만4천129명에 그쳐 1천69명이 부족하다.

경북도도 중3 졸업예정자가 2만2천737명으로 고교 모집 정원 2만5천299명보다 2천562명이 적다.

신입생 정원과 중3 졸업예정자 수가 충남도는 각각 2만516명과 1만9천27명, 경남도는 3만9천여 명과 3만6천여 명, 전북도는 2만1천111명과 1만8천571명 등으로 정원에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주부터 신입생 모집을 시작한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정원 미달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 신입생 정원 확보 전전긍긍

강원교육청은 도심의 인문계 고교를 제외하고 농촌 지역 소규모 학교는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도 농촌 고등학교 학급 정원이 24명이지만 정원 확보는커녕 한 자릿수밖에 채우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에도 강원도 내 특성화고 경쟁률은 평균 0.94대 1로 전체 32개 가운데 22개 학교에서 미달 사태가 빚어졌다.

경남도에서도 지난해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에서 전체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조선업 불황 등으로 관련 진로 계통의 취업난이 우려되면서 조선·공업·상업 계열의 지원율이 떨어져 평균 경쟁률 0.93대 1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특정 교육청이나 지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농촌에 있는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비슷한 모습이다.



◇ 학교·재학생이 직접 신입생 유치에 상황까지

각 학교에서는 미달을 막기 위해 대학들이 하는 것과 같이 거리 홍보전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남 해남공고는 원서접수 기간인 지난 13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인근 중학교와 해남읍 시내 일원에서 신입생 유치를 위한 길거리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대학이 신입생 유치를 위해 홍보전을 벌이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고등학교가 홍보에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해남공고는 내년 신입생 모집 인원이 240명인데 관내에서 특성화고를 희망하는 중학교 졸업예정자 수는 190명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측은 그중에서도 일부가 빠져나가면 90여 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한다.


중학교 졸업생의 지속적인 감소와 함께 중3 학생들의 관외 유출도 신입생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부분 특성화고가 입학 철이면 인근 중학교를 찾아가 입학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강원도 한샘고는 시내버스에 광고를 통해 홍보하는 방법으로 신입생을 찾고 있다.

각 교육청도 특성화고의 다양한 혜택을 홍보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원 대비 신입생 수 부족 때문에 사실상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 학급당 정원 감축 외 뾰족한 대안 없어

강원도교육청은 고교 학급당 정원을 매년 1명 정도씩 줄여나가며 기존의 학급 수를 유지하고 있다.

경북교육청도 내년에 신입생 수가 3천900여 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반별 정원을 조정하기로 했다. 올해 반별 정원이 일반고 25명, 특성화고 28명이었으나 내년에는 일반고 23명, 특성화고 25명으로 줄였다.

충남도교육청은 올해 학교로 찾아가는 직업교육 설명회를 93개 학교에서 3천7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또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많은 학교를 교육부 정책사업인 '매력적인 직업계고 육성(매직) 사업'에 우선 지원해 가고 싶은 학교로 육성 중이다.

소프트웨어학과나 물류·레저학과 등 미래 인력수요에 부합하는 학과로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1년간 특성화고 학생들의 교육활동 실적과 다양한 혜택을 담은 잡지 '일취월장' 1만 부를 발간해 도내 중학교와 기업체 등에 나눠줬다.

하지만 정원 대비 신입생 수가 부족한 현상이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보여 여러 대책이 효과를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박종승 충남도교육청 장학사는 "농산어촌 지역에서는 대부분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농촌 지역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있다"며 "학급당 학생 수 조정 등 실질적인 대책과 함께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진학 교육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학교별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 등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해용 이강일 박정헌 정찬욱 정경재 김재선 기자)

kj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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