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바닥이 피로 흥건'…긴박했던 귀순 병사 수술 현장

입력 2017-11-15 17:10   수정 2017-11-15 17:18

'수술실 바닥이 피로 흥건'…긴박했던 귀순 병사 수술 현장

몸무게 60㎏에 1.5ℓ 혈액 쏟아…길이 27㎝ 기생충 나와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권준우 기자 =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 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옮겨져 수술을 받기까지의 긴박한 상황이 담긴 영상이 15일 이국종 교수의 브리핑 과정에서 공개됐다.

지난 13일 오후 4시 53분 아주대병원 지상 헬기장에 귀순 병사를 태운 헬기가 전투강하 수준의 빠른 속도로 내려 앉았다.

귀순 병사는 헬기 착륙과 동시에 달려온 의료진에 의해 외상센터 외상소생실로 옮겨졌다.

병원에 도착한 귀순 병사는 미 육군 의무항공기 더스트오프팀 구급대원에 의해 좌측 흉곽에 바늘 감압술 등 응급처치를 잘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수축기 혈압이 70까지 떨어지는 등 심각한 출혈성 쇼크 소견을 보였으며, 초음파 검사상으로는 복부 내에 대량의 출혈이 발견됐다.

통상 수술 전에 충분한 검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상황이 워낙 급박했다. CT촬영에 필요한 단 몇십 초도 기다릴 수 없을 정도여서 병원 도착 30여 분 만에 수술실로 이동, 수술이 이뤄졌다.

수술실은 10여 명의 의료진 및 군 기무사 관계자, 정부 요원 등이 뒤엉켜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환자가 온몸에 총상을 입은 터라 외상외과와 정형외과 의료진이 두 팀으로 나눠 수술을 진행했다.

문제는 복부 내에 대량 출혈이 일었고, 분변으로 인해 장기가 오염됐다는 점이었다.

내장이 한 두 군데가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손상된 상태로, 최소 7∼8곳의 파열이 심해 정확히 몇 곳이라고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공개된 귀순 병사의 복부 사진상으로는 대장이 피에 거의 잠겨 있었다.

이 때문에 그가 쏟은 엄청난 양의 피는 수술실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1차 수술 당시의 모습이 담긴 영상에서는 의료진이 개복 후 장기의 상태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얼굴과 손, 가슴 등에 피가 튀었으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술에 집중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몸무게가 60㎏가량인 이 병사가 수술 중 흘린 피는 1.5ℓ가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 교수는 "우리 몸에 생각보다 많은 피가 있지는 않다. 체중에서 차지하는 피의 비중이 5%가량인데 환자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고 전했다.

남측 환자에게서는 볼 수 없는 특징적 소견도 발견됐다.

귀순 병사의 복부에서는 터진 장을 뚫고 옥수수 등 음식물 분변과 함께 기생충 수십 마리가 나왔다. 가장 큰 것의 크기는 27㎝에 달했다.

이 교수는 "20년 넘게 외과 수술을 해 왔지만 이런 기생충은 볼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기생충은 알을 하루 20만개 낳는다. 최대한 제거하는 데까지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1차 수술을 마친 귀순 병사는 한 뼘 정도의 크기로 개복한 상태였으나 15일 이뤄진 2차 수술에서 복강 세척 및 복벽 봉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남아있던 1발의 총알도 제거됐다.

이 교수는 "대량 출혈에 의한 쇼크 상태에 빠진 기간이 길었고, 분변 및 기생충에 의한 오염이 심했던 터라 예후가 불량할 수 있다"며 "환자의 병력을 알 수 없고, 영양도 불량해 미지의 감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가능한 모든 검사를 해 이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k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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