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선수들이 소리 지르는 이유…작전 짜고 스톤 이동 지시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컬링은 독특하게 선수들이 마이크를 차고 경기를 한다.
이는 '방송 중계용'이다.
'빙판의 체스'라 불리기도 하는 컬링은 작전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같은 팀 선수들은 경기 중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일반 컬링은 4명, 믹스더블은 2명이 한 팀을 이루는데, 이들이 소통하는 내용은 대부분 마이크를 통해 TV 시청자들도 방송 중계에서 들을 수 있다.
또 마이크는 스톤이 얼음 위를 굴러가는 소리, 선수들이 스위핑(브룸으로 얼음판을 닦는 동작)할 때 나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그런데 선수들이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지를 때가 있다.
스톤을 던지는 투구자와 얼음을 닦는 스위퍼(sweeper), 전략을 짜는 스킵(skip)이 각자 위치에서 소통할 때다.
이들은 45.72m 거리의 컬링장에 각기 자리 잡고 역할을 하므로 큰 소리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컬링 선수들이 가장 자주 외치는 말 중 하나는 "헐∼"이다.
이는 '서두르다' 뜻의 영어 'hurry'(허리)를 짧게 줄여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수뿐 아니라 영어권인 캐나다 등 외국 선수들도 "헐∼"을 외친다.
"헐"은 스킵이 스위퍼들에게 얼음을 빠르게, 세게 닦으라고 지시할 때 하는 말이다.
주로 급할 때 나오는 말이기 때문에 "허리"를 다 발음할 시간도 아까워 "헐"이라고 줄였다. 긴박한 상황이다 보니 이 말을 할 때는 목소리도 더 커진다.
스위핑을 하라는 뜻으로 "스윕(sweep·쓸다)∼"이라고 외치기도 한다. 주로 스톤이 멈추지 않고 더 이동해야 하는 상황일 때 "스윕"이라고 외친다. 한국말로 "닦아"라고 할 때도 있다.
스위퍼들의 동작을 멈추도록 할 때는 "기다려", "워워" 등을 외친다.
선수들이 외치는 말은 보통 스톤의 속도와 위치, 방향에 관한 것이다.
경기를 지켜보면 "헤비(heavy)하다"는 표현도 들을 수 있다.
컬링에서 무게(웨이트·weight)라는 개념은 스톤에 주어진 힘과 스피드를 의미한다.
선수들이 얼음 위로 미끄러지는 스톤을 보고 "헤비하다"고 하는 것은 "스톤이 너무 세게 가고 있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즉 스톤이 어느 지점에서 멈춰야 하는데, 스톤이 헤비하면 그 지점을 통과해 더 먼 곳까지 가게 된다.
"길다", "짧다"는 말은 스톤의 위치와 목표 지점 사이의 거리를 뜻한다.
선수들은 투구하기 전 스톤을 어느 지점에 놓을지 상의한다.
이때 "여섯으로 할까?", "일곱으로 하자" 등 암호처럼 숫자로 말한다.
이 숫자는 호그라인(Hog line)에서 백라인(Back line)까지 거리를 10등분 해서 구분해 정한 것이다.
호그라인은 아이스 양 끝에 있는 핵(투구 시 발을 딛는 부분)에서 각각 10m 되는 지점의 가로 라인이다. 투구한 스톤이 유효로 판정되려면 반대편 호그라인을 완전히 지나야 한다.
백라인은 하우스(아이스 양 끝에 있는 원)의 맨 뒷부분을 지나는 선이다.
'하나'에 가까울수록 호그라인과 가까운 지점을, 숫자가 '열'에 가까울수록 백라인과 가까운 지점이다.
예를 들어 선수들은 '일곱' 지점에 투구하고자 했는데 스톤이 '다섯'까지만 왔을 때 "짧다"고 표현한다.
김민정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감독은 "각 숫자가 뜻하는 지점은 팀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10개 구간으로 나눈다"고 설명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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