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북 포항에서 15일 오후 2시 29분께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국내 지진 관측 사상 두 번째 규모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진 발생 지점은 포항시 북구 북쪽 9㎞, 북위 36.10도, 동경 129.37도다. 이번 지진은 깊이가 9㎞로 경주지진(15㎞) 보다 얕아 체감진동이 더 컸다고 한다. 규모 5.4 지진에 앞서 오후 2시 22분대에 인근에서 두 차례의 전진(前震)이 있었고 본진 후에도 규모 4.3에서 2.4의 여진이 이어졌다. 경주 지진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진원은 더 얕아 경북과 경남, 울산 등은 물론 진앙에서 300㎞ 이상 떨어진 서울에서도 건물 흔들림이 감지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특히 포항에서는 강한 진동으로 일부 건물의 벽체가 떨어져 아래에 주차된 차량 여러 대가 부서지고 옥상의 벽돌 외벽이 바닥으로 떨어져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경주 지진 이후 1년 2개월 여 만에 발생한 역대 2위 규모의 이번 지진으로 한반도가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안전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수능시험을 하루 앞둔 교육부 등은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행안부는 포항 지진 발생 10여 분 만에 정부 세종청사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김부겸 장관)을 꾸려 피해 상황 파악과 긴급조치를 위한 1단계 운영에 들어갔다. 소방청에 따르면 오후 5시 현재까지 지진으로 인한 인적 피해는 경상자 10명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16일 실시되는 2018년도 대입 수능시험은 예정대로 치르기로 했다. 하지만 수능 당일에 수험생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정도의 여진이 계속되면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경주지진 후 마련한 수능 당일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에는 지진이 경미해 시험을 계속 치를 수 있는데도 감독관의 지시를 어기고 수험생이 교실 밖으로 나가면 '시험 포기'로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매뉴얼이 세밀하지 않아 여진이 발생했을 때 시험 현장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수험생 사이에서는 "수능을 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나"는 등의 글이나 벽에 금이 가거나 건축자재가 일부 떨어져 나간 학교의 사진이 도는 등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교육 당국은 "여진으로 불안해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는 등의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수능시험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원전이 정상가동되고, 산업현장에서도 이렇다 할 큰 피해가 없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의 강진은 10차례였다. 특히 이 중 가장 최근에 일어난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은 규모가 역대 1, 2위인 데다 활성단층인 양산 단층대에서 일어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단층대는 고리, 월성 등 원자력 발전소가 밀집된 지역이다. 1년 2개월 사이에 50㎞도 안 되는 가까운 지역에서 잇따라 지진이 발생한 만큼 원전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우선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에 대한 정밀조사를 신속히 하고, 다른 활성단층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앞으로 경주나 포항지진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지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 가능성이 큰 시설부터 순서를 정해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대로 그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 특히 원전은 지진에 뒤따르는 위험성이 가장 큰 시설인 만큼 노후 원전을 중심으로 내진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 재난관리 당국은 국민이 지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돈이 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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