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인종청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얀마를 찾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포괄적 경제제재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사태의 책임이 있는 군부 지도자에 대한 표적제재 가능성을 열어둬 관심을 끌고 있다.
16일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문민정부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과 만난 틸러슨 장관은 "미얀마에 대한 포괄적인 경제제재를 추천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은 폭력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개별적인 제재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틸러슨 장관은 "모든 제재는 증거에 기반을 둬야 한다. 특정인이 수용 불가능한 행동에 책임이 있다는 믿을만하다고 판단되는 정보가 있다면, 개인을 표적으로 한 제재가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얀마군에 의해 자행된 잔혹 행위에 관한 신뢰할 만한 보고 내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수십만 명에 이르는 로힝야족 난민의 국경 이탈을 유발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도 요구했다.
이는 미 의회가 추진 중인 미얀마 군부 지도자에 대한 제재와도 일맥상통해 관심을 모은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등은 최근 로힝야족 인종청소에 관여한 미얀마 군부 인사를 대상으로 한 제재와 비자발급 거부 등을 포함한 제재안을 발의했다.
로힝야족 인권 문제에 관해 주요 진전이 있을 때까지 안보 분야의 모든 지원을 중단하며, 미얀마 군부 및 군부 출신 기업가들이 장악한 옥(玉)과 루비 등 광물 수입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에는 미얀마 군부 소유기업이 관여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국제 금융 기구의 자금 지원을 반대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한편,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미얀마에서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미얀마에 항전을 선포하고 지난 8월 25일 경찰초소 30여 곳을 습격했다.
미얀마군은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소탕전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로힝야족 60만 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과 일부 불교도가 민간인을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는 등 로힝야족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고 주장했고, 유엔은 이를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로 규정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방화 등 행위가 ARSA 반군의 소행이라고 일축했으며, 미얀마군은 자신들의 행위가 극단주의 세력에 맞선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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