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에 힘 보태주고 지지해야 하는데…FTA 개정하자는 것 반대"
추미애·펠로시 회동…秋 "한미 집권당 엇갈려 대북전략 선택 어려움"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미국 민주당의 유력 여성 정치인이자 원내 1인자인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가 15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관련, 반대 입장을 밝혔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이날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자신의 의회 사무실에서 만나 "미국의 자동차 산업 근로자들은 한미FTA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FTA 문제를 제기한 시점이, 북한이 미치광이 짓을 하고 있는데, 이 중요한 시기에 FTA 이슈를 제기해 오히려 (한국 정부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회동에 배석한 김현 대변인이 전했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힘을 보태주고 지지해야 하는데, 한미FTA를 개정하는 것에 대해 나는 반대 입장을 표할 것"이라며 "시기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한미FTA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은 한미 관계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수년 전 평양을 정보수집차 방문한 적이 있는데 슬펐다"며 과거 평양 방문 당시의 소회를 공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하에서 한미FTA에 대한 상황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대북 인도 지원 등에 대한 국민 정서는 어떠냐"면서 한국 정세에 대한 깊은 관심도 표명했다.
특히 "평양을 다녀온 뒤 캘리포니아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만났는데 '굶어 죽는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소개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을 방문하기 직전 그 이야기를 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곤란하게 한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펠로시 대표는 "세뇌됐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세뇌당한 북한 주민과 북한을 봤다"면서 "이후 북한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희망이 보인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도 물었다.
추 대표는 이날 면담에서 "한국에서 보수가 집권했을 때는 미국 집권당이 민주당이었고, 한국이 민주당일 때는 공화당이 집권해서 전략적 미스매치로 북한 문제와 한국의 전략 선택에 어려움이 있다"며 "미국과 한국의 정책이 조정되고 그 속에서 전략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에 대해선 "북핵위협에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어서 불가피한 소극적 선택이었지만, 사드로 인해 한미 마찰이 봉합되는 국면"이라며 "중국과 사드를 둘러싼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최근 중국 관계가 개선되고 진전국면으로 가고 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대북 지원의 경우 "미국과 함께 제재와 압박을 가하지만 결국 북한을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이라며 "북한 문제는 평화적 해결이 대원칙이고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미FTA와 관련해선 "한미 양국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유종지미를 거두기를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협상이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는 것 같다"며 "상호호혜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변화에 대해선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증언을 인용하며 "북한이 변하고 있는 것을 입증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한편 추 대표는 이날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과도 만나 북핵 문제와 한미FTA 개정 협상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추 대표는 대표적인 '지한파'인 로이스 위원장에게 사의를 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 이후 인상이 좋아졌다"며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확인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한미FTA 폐기는 비극"이라며 "북핵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노력이 잘 진행돼야 하고,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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