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더 긴장하려니 막막"…70살 할머니 수험생도 허탈

입력 2017-11-16 10:37  

"1주일 더 긴장하려니 막막"…70살 할머니 수험생도 허탈

(목포=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얼른 시험 보고 싶었는데…. 시험 보는 꿈도 꾸고, 긴장해서 소화도 잘 안 되고…"

황도순(70·여) 씨는 수능 연기가 못내 아쉽다.

천재지변으로 생긴 일이니 수긍할 수밖에 없고 포항 학생들을 생각하면 잘한 결정이다 싶지만 1주일을 더 떨어야 한다니 암담하다.






자녀, 손주 때문이 아니라 그 자신이 수험생이다.

황 씨는 동아보건대 사회복지과 진학이 결정됐지만 50여 년 전 못해본 입시 과정을 경험하고 자신의 실력을 평가해 보고자 응시했다.

여느 수험생보다 간절함이 덜 할 수도 있지만, 긴장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황 씨는 "오전 7시부터 책상에 앉아 책을 좀 보고 학교에서 오후반 수업을 마치는 오후 4시 50분에는 곧장 오피스텔로 돌아와 시험을 준비했다"며 "TV에도 흥미를 못 느껴 오후 10시까지 공부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며칠 동안 긴장감에 잠도 편히 자기 어려웠는데 1주일 연기됐다니 허탈하다"며 "학교로 성적표가 왔을 때 선생님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생각하면 너무 긴장된다. 어린 수험생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한숨 쉬었다.

전남 강진군 도암면에 사는 황 씨는 지난해 평생 교육기관인 목포 제일 정보고에 입학했다.

이 학교는 1년에 3학기씩, 2년간 고교 과정을 운영한다.

황 씨는 어린 시절 집안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지만, 천식이 너무 심해 고교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강진 집에서 주말을 남편과 보내고 월요일 아침이면 음식을 싸들고 목포로 향해 주중 내내 혼자 지낸다. 늦깎이 학생인 장모를 위해 사위가 목포에 9평 오피스텔을 얻어줘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날마다 강진 집으로 전화해 남편에게 "학교 다녀왔습니다"라고 알린다. 남편은 "꼬맹이 학교 잘 다녀왔어? 선생님 말씀 잘 듣고?"라고 밉지 않게 놀린다. 때로 '강아지'라고 부르는 남편에게 황 씨는 "이렇게 늙은 강아지도 있느냐"며 웃는다.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한문이다. 이제는 같은 반 실장인 올케의 소개로 입학한 황 씨는 대한검정회 주관 준 3급 한자 시험에 합격했으며 교내 컴퓨터 활용경진대회에서 엑셀 부문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황 씨는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차츰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겠다 싶었다"며 "나보다 어린 급우들이 '언니, 언니'하면서 따르고 해서 학교생활을 즐겁게 했다"고 돌아봤다.

sangwon7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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