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연기에 일선학교 혼란…교육부, 오늘 대책회의서 논의할 듯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포항 지진에 따른 예기치 않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로 고3 수험생들과 학부모, 학교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수능 연기로 인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당장은 예비소집일인 지난 15일 지정됐던 시험장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변경되는지다.
시험장은 만일의 부정행위 차단을 위해 예비소집일이 돼서야 공개한다. 시험장이 사전에 알려지면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예비소집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시험을 치를 학교를 확인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시험장 조정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시험장 사전 점검을 강화하고 시험 감독을 더 철저히 하는 등 부정행위 원천차단 대책 수립을 전제로 시험장이 유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충북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16일 "지진 피해를 본 포항지역은 몰라도 시험장을 바꾸는 일은 준비 면에서 너무 많은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에 교육부가 진지하게 검토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시험을 치르도록 교실이 배치됐던 시험장 학교들은 이날 하루 휴업한 뒤 17일 정상 수업을 위해 책상을 원래대로 배치한다.
시험장 학교는 수능을 위해 깨끗하게 비우거나 떼어낸 교실 사물함과 부착물을 원래로 돌릴지도 고민거리다.
어쨌든 수험생들은 시험장을 조정하는지, 시험장이 그대로여도 예비소집을 다시 하는지 몰라 답답해한다.
시험장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도 수험표 관리는 또 다른 문제다.
충북교육청은 지난 15일 고3 수험생들의 경우 등교하지 말고 집에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면서 수험표를 철저히 보관하라고 일선 고교에 주문했다.
그러나 모든 신경이 시험에만 쏠려 있는 학생들이 수험표를 제대로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
통상은 수험표를 잃어버리면 응시원서에 붙인 사진과 같은 원판으로 인화한 사진 1매와 신분장을 갖고 시험장에 있는 시험관리본부에서 재발급받으면 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험표를 1주일간 보관해야 해 그만큼 분실 가능성이 커졌고, 수험생들은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시·도교육청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오늘 교육부에서 수능 업무 담당관 협의회가 열리는 데 이 자리에서 수능 연기로 예상되는 문제를 논의해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들의 학교급식도 문제다.
예년의 경우 3학년 학생들은 수능 시험 뒤 오전 수업만 하는 데다 체험학습이나 수시 면접으로 학교에서 점심을 먹지 않는다. 대부분 학교는 수능 이후 점심 급식 수요조사를 한 뒤 1, 2학년 위주로 급식 계획을 짜놓곤 한다.
기숙사에서 생활해온 3학년 학생들은 수능을 치른 뒤 모두 집으로 돌아가기 마련이어서 급식 계획에서 제외했던 이들의 아침 급식 해결도 학교로서는 숙제다.
청주의 A고 교장은 "오래전 계약해놓은 식자재 조달 문제로 내일은 3학년 급식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게 됐다"며 "도시락을 싸오게 하던가 주변 식당에서 사 먹을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숙사(학사)에서 이미 짐을 뺀 학생들이 복귀할 수 있는지, 복귀한다면 연기된 수능일까지 하루 세끼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학부모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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