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별명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 복귀할 듯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가 사실상 군부의 쿠데타로 37년간의 통치에서 물러나면서 에머슨 음난가그와(75) 전 부통령이 당분간 짐바브웨를 이끌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무가베의 부인 그레이스와 차기 대통령직을 놓고 권력투쟁을 벌이다 무가베로부터 전격 해임당한 후 국외 도피한 음난가그와는 무가베의 실권으로 생긴 통치 공백을 메울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이번 군부 쿠데타를 유발한 권력투쟁의 핵심 인물이자 쿠데타를 주도한 콘스탄티노 치웬가 군사령관과 아주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이다.
치웬가 사령관이 해임된 음난가그와를 구하고 또 자신을 해임하려 한다는 무가베 측의 의도를 간파해 쿠데타를 단행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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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난가그와는 75세라는 고령에서 보듯 과거 로디지아 백인통치로부터 조국을 해방으로 이끈 무가베와 혁명 동지이다. 또 그동안 보안장관을 비롯한 정부 요직을 거치면서 사실상 짐바브웨의 2인자로 군림해왔다.
무가베의 장기 독재를 도운 측근이지만 막판 권력 승계 과정에서 부인을 후계자로 내세우려는 무가베와 충돌해 '타도 무가베'로 급선회한 것이다.
무가베가 권좌에서 밀려나면서 군부는 음난가그와를 망명지로부터 귀국시켜 부통령직으로 복귀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어 다음 달로 예정된 집권 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회의에서 대통령 대행으로 선출될 가능성도 있다.
무가베의 장기 독재 종식으로 짐바브웨 국민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짐바브웨의 앞날은 아직 불투명하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특히 무자비한 탄압으로 무가베의 장기 독재를 도운 음난가그와가 다시 정권을 장악할 경우 국민이 바라는 민주화와 개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무가베의 실각은 따라서 짐바브웨의 세대 변화가 아닌 옛 혁명세대 동지들 간의 다툼에 그칠 수도 있다.
음난가그와는 백인 식민통치 시절 조국 해방을 위한 게릴라 활동을 벌였으며 해방 후에는 짐바브웨 정보책임자 격인 초대 보안장관과 법무장관을 거쳐 2014년 부통령으로 선출됐다.
사실상 무가베에 이은 2인자로, 국민이 무가베에 이어 짐바브웨 내에서 두 번째로 두려워하는 인물로 꼽혀왔다. 별칭도 악어이다. 1980년대 무가베에 반대하는 은데벨레 부족 학살에 간여하는 등 악명을 떨쳐왔다.
또 야당으로부터 2008년 선거에서 무가베에 유리하게 선거를 조작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따라서 야당은 음난가그와가 무가베에 이어 당과 정부를 장악할 경우 짐바브웨의 장래에 비관적 전망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이번 군부의 개입은 집권층 내 권력투쟁을 해결하는 차원이 아닌 짐바브웨 정치를 개방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음난가그와가 군부의 지지를 바탕으로 무가베를 이어 짐바브웨의 또 다른 독재자로 군림할지, 아니면 선거를 통해 원만한 권력 이양을 중재할지에 짐바브웨의 향후 정국이 갈릴 전망이다.
짐바브웨는 로디지아로부터 해방될 당시만 해도 아프리카에서 가장 의식주가 양호한 나라로 꼽혔으나 무가베의 장기집권으로 지금은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쇠진한 상황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15일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를 통해 무가베가 짐바브웨라는 보석을 퇴색시켰다면서 이제 다시금 보석이 빛을 발할 기회가 왔다고 지적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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